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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무속, 김금화 안 볼 생각이었다.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 공포물, 이런 부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TV에서 공짜로 틀어주는 것도 안 보는데 내 돈 들여, 내 시간 들여 극장까지 가서 볼 일이 없다. 최민식, 유해진, 이도현이 끌리기는 했다. 김고은은 끌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연기를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봤다. 파묘. 신문마다, 인터넷마다 연일 파묘를 말하니, 슬금슬금 관심이 일었다. 꼬박꼬박 오컬트 영화라고들 하는데 뜻도 몰랐다. 찾아보니 오컬트(occult)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이라는 뜻이었다. ‘비과학’이 아니고 ‘초과학’이다. 900만을 찍었을 때, 나는 강화 작은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이제 천만 영화가 된 파묘, 아주 볼만했다. 뭐, 무섭.. 더보기
강화읍내 역사산책③ - 강화산성 오래전, 고려 대몽항쟁을 다룬 책을 준비할 때였다. 전국의 이름난 항쟁지를 거의 다 답사했다. 전라남도 장성군 입암산성에 갔을 때다. 얼추 시간 따져보니 해가 지기 전에 산성 돌아보고 사진 찍고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차하고 바로 입산 시작. 점점 오가는 등산객이 줄어들었다. 깊이 들어갔다. 사람이 없다. 길을 잃었다. 아직 해질 시간이 아닌데 어둡다? 그때야 내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을 알았다. 벗으니 환하긴 한데 앞이 안 보였다. 시력이 지독히 나쁘니 당연한 일. 차에서 내릴 때 선글라스 벗고 안경을 쓰고 왔어야 했다. 벗을 수도 쓸 수도 없는 상황. 사위가 컴컴해지고 우두망찰 주저앉은 나는 울고 싶었다. 목이 말랐지만, 물병도 없이 왔다. 나무뿌리에 채고 돌부리에 채면서 겨우겨우 내려왔다. .. 더보기
강화읍내 역사산책② - 성공회 강화성당 자 이제, 성공회 성당으로. 층계 위로 솟을삼문 모양의 대문,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더 웅장하다. 층계 좌우에 쇠 난간부터 보자. 별거 없다. 그런데 왜? 일제강점기 후반 일제는 대대적으로 쇠붙이 징발에 나섰다. 녹여서 무기 만들려는 거다. 학교 교문 떼어 가고, 집안의 가마솥 뜯어가고 놋그릇 집어가고, 산속 사찰의 종까지 가져갔다. 성공회도 피해를 보았다. 계단 난간을 뜯겼다. 일본인 신자들이 강화성당에 왔다가 그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선조들의 잘못을 사죄했다.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난간 설치 비용을 보내왔다. 그렇게 설치된 난간이다(2010). 일본인도 일본인 나름이다. 혐한증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문 열고 들어서니 왼편에 높이 150㎝ 정도의 아담한 종이 걸렸다. 한국식 동종이다. 원래 영국에서.. 더보기
강화읍내 역사산책① - 용흥궁 조선 철종의 이름은?원범! 이원범이다. 원범을 아시는 분은 연령이 육십 세 내외일 것이다. 그 세대가 어릴 때 인기 있던 TV 드라마가 ‘임금님의 첫사랑’이다. 주인공은 원범이, 그의 첫사랑은 양순이였다. 강화에 귀양 온 원범이가 어느 날 갑자기 철종으로 즉위한다. 강화도에 남은 양순이를 그리워하며 애태운다. 참 재밌었다. 주제가도 유명했는데 가사가 이쁘다. 강화섬 꽃바람이 물결에 실려 오면 / 머리 위에 구름 이고 맨발로 달려 나와 / 두 마리 사슴처럼 뛰고 안고 놀았는데 / 갑고지 나루터에 돛단배 떠나던 날 / 노을에 타버리는데 임금님의 첫사랑 …“두 마리 사슴처럼 뛰고 안고 놀았는데” 사극은 재미있을수록 부작용도 크다. 역사를 소재로 ‘만들어진’ 극이다. 거기 나오는 내용이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 더보기
‘나제통문’과 만들어진 역사 전북 무주에 돌산을 뚫은 통문이 있다. 구천동 33경 가운데 제1경 나제통문(羅濟通門)이다. 신라와 백제가 통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이름 속에 국경 관문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삼국, 그 시대쯤에 뚫은 문으로 말해진다.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돌산을 뚫어 이 문을 낸 때가 일제강점기 1920년대라고 한다. 삼국시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동네 사람들은 오래도록 ‘기니미굴’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무주구천동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1960년대에 ‘기니미굴’을 ‘나제통문’으로 이름 바꿨다. 33경 각각에 대한 작명도 그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제 무주구천동은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가 되었다. 당시 구천동 계곡 관광지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오재성이 2018년에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와 인터뷰했다. “가난했으.. 더보기
‘학종’은 억울하다 ‘학종’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크다. 내신 조작, 시험문제지 유출 등 부정행위가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인지라 당연히 나올 법한 주장이다.학종을 비판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부자 부모를 둔 아이에게 유리하고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하는 입시제도가 바로 학종이라는 것이다. 학종을 ‘사교육종합전형’이라고 규정한 칼럼도 보인다. 그러니 수능 중심으로 대학에 가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가 지나치게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판단의 기준이 이른바 SKY 대학으로 한정된 느낌도 없지 않다. SKY 대학 몇 명 보냈는가를 가지고 명문고 운운하는 것은 문명의 탈을 쓴 .. 더보기
향교와 서원 그리고 충렬사 향교 이야기 지난 57호에서 충렬사의 성격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충렬사 수직방과 전사청에 관해 조금 말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전에 향교와 서원의 개념과 건축 구조부터 검토할게요. 충렬사와 비교하기 위함입니다. 향교(鄕校)를 한마디로 풀이하면 옛날 학교입니다. 고려시대에 처음 생겼습니다. 강화향교와 교동향교가 세워진 것도 고려시대입니다. 고려를 이어 조선의 지방 학생들도 향교에서 공부했습니다. 서울에는 향교가 없어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왜? “경향 각지에서 모이다.” 이런 표현이 있지요. 경향(京鄕)은 서울과 지방, 서울과 시골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향교는 향(鄕, 지방)에 있는 학교(校)라는 의미입니다. 조선의 경우 한양 학생들은 4부학당(四部學堂)에서 공부했습니다. ‘서울에 지금 양천.. 더보기
노모의 소망 사는 게 여전히 눈 뜨고 있는 게 이제 죄짓는 거 같아서 차마 드러내 말하지 못한다만 아들아 날 바라봐 주지 않겠니 눈동자에 따듯함 한 숟갈 넣어 이 애미 보아주지 않으련 아들아 목소리에 촉촉함 딱 한 숟갈만 담아서 엄마! 불러주지 않겠니 그리고 아들아 이 애미 손 한번 꼬옥 잡아주지 않으련 그 옛날처럼 애고, 내가 욕심이 과했나 보다. 더보기
위리안치, 천극안치, 가극안치 ‘안치’의 의미를 따져보자.안치(安置)라는 한자 자체는 안전하게 둔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유배라는 의미로 쓰인다. 유배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유배 형벌의 하나로 ‘○○안치’로 쓰여서 ‘감금’을 뜻하기도 한다. 위리안치(圍籬安置)가 대표적이다. 죄인이 유배 사는 집에 울타리를 두르고 문밖출입을 금하는 것이다. 외부인의 접근도 불가하다.  천극안치(栫棘安置), 가극안치(加棘安置)도 있다. 위리안치보다 천극안치가, 천극안치보다 가극안치가 이론상 더 무거운 형벌이다. 천극안치는 죄인이 갇힌 집에 이중으로 가시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가극안치는 천극안치보다 더 겹겹이 가시울타리를 치는 정도인 것 같다. 실제 적용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위리안치와 천극안치·가극안치는 사실상 거기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