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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史

귀 열어 하늘의 경고를 들으시라 연산군 3년(1497년), 대궐에 벼락이 쳤다. 국왕 비서 기관인 승정원에서 아뢰길, 임금이 덕을 잃어 하늘이 꾸지람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연산군은 조정에 나가 “내가 부덕하여 하늘이 벼락을 내렸다”라고 하면서 대책을 말해달라 이른다. 신하들이, 성찰하고 근신하며 정사를 부지런히 돌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천둥소리는 백성들이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소리이니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연산군의 대답이 대략 이러했다. “그동안 날이 너무 더워서 내가 정사에 게을렀다. 경연에도 응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다.”연산군 6년(1500년), 사헌부가 상소했다. 임금이 잘못하면 하늘이 천재지변을 내려 꾸짖고 경고한다는 한나라 동중서의 말을 인용하면서 “근래 수재와 한재가 잇따르고 흉년과 기근이 .. 더보기
강화도조약을 알아봅시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올해는 2025년입니다. 150년 전인 1875년(고종 12)에 초지진 수비군이 무단 침입한 일본 군함을 쫓아냈습니다. 운요호 사건입니다. 다음 해 1876년(고종 13) 2월, 그들이 다시 강화에 왔습니다. 조선 정부에 따지겠다고 왔습니다. 서계(외교문서) 접수 거부와 운요호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겠다는 겁니다. 중국에 가다가 물이 부족해 물 좀 달라고 간 사람들에게, 그것도 국기를 달아 국적을 밝힌 사람들에게 물은 안 주고 포격한 이유가 뭐냐. 인도주의적으로도 그렇고, 국제법상으로도 그렇고, 조선이 잘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호(제77호, ‘운요호 사건의 진실’)에서 말씀드린 대로 식수를 구하러 왔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중국 가던 길이라는 말도 거짓입니다. 국기를 달았다는 .. 더보기
한국사 속 강화도 역사 없는 땅이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강화도는 좀 유별나다.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의 흔적이 섬 안에 가득하다. 고인돌의 성지로 남한 땅에서 제일 큰 탁자식 고인돌이 있다. 고조선·단군과 관련된 전설이나 유적은 전국 여러 곳에 퍼져있다. 그런데 옛 역사책에 기록이 남아 공신력이 인정되는 곳은 강화도의 참성단과 삼랑성이다.    《고려사》에 “마리산은 부의 남쪽에 있으며 산 정상에 참성단이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단군이 하늘에 제사하던 제단이라고 한다.”, “전등산은 일명 삼랑성인데 세상에 전하기를 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 쌓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적혀 있다. 《세종실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다. 비록 ‘세상에 전하기를[世傳]’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나라에서 편찬한 공식 역사책에.. 더보기
사인비구 제작 동종-강화동종 혹시, 노래 듣다가 울어보신 적 있으신가요?저는 있습니다. 예전에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부르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을 때였네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좋은 음악은 지저분한 마음을 맑게 씻어주고, 어수선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산사의 종소리도 좋은 음악이라고 여깁니다. 드엉, 덩, 은은한 종소리가 귀보다 먼저 가슴으로 스미면, 나도 몰래 “하아~” 한숨을 내쉽니다. 산에서 듣는 종소리와 집에서 듣는 종소리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강화동종의 울림소리는 여느 산사의 범종 소리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그윽했습니다. 절에 있는 종을 대개 범종(梵鍾)이라고 부릅니다. ‘범(梵)’은 불교와 관련된 글자예요. 강화동종은 그냥 동종(銅鐘)입니다. .. 더보기
《삼국지》는 소설책일까, 역사책일까 《삼국지》 하면 우선 소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삼국지》는 소설이 아니고 역사책이다. 소설 《삼국지》의 정식 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 줄여서 《삼국지연의》라고 한다. 명나라 때 나관중(1330?~1400)이 지었다. 역사책 《삼국지》는 위진남북조시대 서진 때 진수(233~297)가 썼다. 기전체 형식이다. 나관중은 진수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삼국지연의》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기전체 역사책 《삼국지》는 위서·촉서·오서로 되어 있다. 위서에 실린 열전 가운데 하나가 동이전이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하나의 책 제목이 아니라 《삼국지》 속에 있는 위서에 실린 동이전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자기네 동쪽에 사는 이민족들을 동이(東夷)라고 불렀다. 우리나라도 동이족에 포함됐다. .. 더보기
김포 덕포진의 역사 한강.참으로 먼 길이었습니다. 흐르고 흘러 하성면 시암리에서 임진강을 만났습니다. 몸 섞어 하나 된 둘이는 드디어 바다가 되었습니다. 염하입니다. 흘러 흘러 도착한 곳, 덕포진이에요. 병자호란(1636~1637) 그때 강화에 봉림대군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인조와 형 소현세자는 남한산성에 있었고요. 문수산 아래 진을 친 청군이 강화도를 침공합니다. 막아 싸워야 할 책임자, 검찰사 김경징과 강화유수 장신은 1등으로 도망갔습니다. 왜 이렇게 도망간 지도자가 많은지….강화는 청나라 군대에 점령됐고, 봉림대군은 삼전도로 끌려갑니다. 아버지 인조는 거기서 풀려났지만, 아들 봉림대군은 청나라까지 가야 했습니다. 인질입니다. 겨우 돌아와 즉위했습니다. 그이가 효종입니다. 효종은 강화도 방비에 더욱 신경을 씁니다. ‘진.. 더보기
병인양요 문수산성 전투, 한성근은 패했다 문수산성, 그러면 떠오르는 사건과 인물이 있을 겁니다. 예, 병인양요 문수산성 전투와 한성근입니다.   1866년(고종 3) 병인년에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침공하고 점령합니다. 그들은 지금의 강화 읍내에 주둔했습니다. 대원군이 파견한 양헌수(1816~1888)가 염하를 건너 강화 정족산성에 들었습니다.   그러자 프랑스군이 정족산성으로 쳐들어갑니다. 양헌수 부대가 그들을 격퇴합니다. 참패한 프랑스군이 서둘러 강화에서 철수하면서 전쟁이 끝납니다. 이것이 대략적인 병인양요의 경과입니다.   한성근의 문수산성 전투는 어느 단계에서 벌어진 사건인지 검토해봅시다.   날짜 전개 과정 10월 16일(음력 9월 8일)프랑스군, 강화 점령흥선대원군, 순무영 설치(순무사 이경하·순무중군 이용희·순무천총 양헌수)10월 17.. 더보기
옥씨부인전, 외지부와 전기수 구더기, 구덕이“꿈이 무엇이냐?”“늙어 죽는 것입니다.”꿈이 늙어 죽는 거라고? 뭔 대답이 이럴까요. “굶어 죽지 않고, 맞아 죽지 않고, 살다가 늙어 죽는 것입니다.”대답한 이는 노비입니다. 그것도 아주 포악한 양반집의 사노비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구덕이! 구더기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네요. 구덕이라는 이름 속에 노비의 신산한 삶이 스몄습니다. 구덕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JTBC 사극 ‘옥씨부인전’을 보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 무지막지한 악역인 연진이를 연기했던 배우 임지연이 주인공 구덕이 역을 맡았습니다. 풍광 아름답다고 소문난 장소마다 다 찾아가서 촬영한 것인지, 멋진 풍경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오죽하면 제가, TV 큰 거로 바꿨으면 좋겠다, 생각했을까요. 아쉽게도 우리 집 작은 .. 더보기
김포 문수산, 문수산성 갑곶나루 선착장 석축로 뒤로 웅장한 자태, 문수산(376m)입니다. 김포에서 제일 높은 산이죠. 조선시대 암행어사로 유명한 이가 박문수잖아요. 어사 박문수가 김포 통진에 왔을 때 사또에게 문수산을 가리키며 저 산이 무슨 산이냐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사또가 대답하길, “예, 저 산은 어사님 산이옵니다.” 그랬대요. 물론 재미로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문수사(文殊寺)가 있는 산이라서 문수산(文殊山)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강화에 정족산이 있는데 조선시대에 전등산이라고 불렀습니다. 전등사가 있는 산이라서 전등산이 된 것입니다. 한편 조선시대에 문수산을 비아산(比兒山)이라고도 했습니다. 1694년(숙종 20년)에 문수산성을 쌓았어요. 산성을 쌓았으면 지키는 부대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문수진(文殊鎭)을 설치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