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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史

월곶돈대·북장대 — 조망권 회복을 위한 수목 정비 요청

나무가 없어야

수목도 없고 암석도 없게 만들어 적이 와도 은폐할 곳이 없고 성 위에서 돌을 굴려도 판자 위에 둥근 알을 굴리듯 잘 내려가도록 해야 바야흐로 천연의 험지가 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유성룡이 한 말입니다. 산성 밖이 민둥해야 적군이 함부로 덤벼들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병인양요 격전지였던 정족산성 바깥도, 그때는 프랑스군이 몸을 숨길 만한 나무가 없었을 것입니다.

강화산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화도조약(1876) 체결 기간에 일본인이 촬영한 읍내 사진을 보면, 북산의 산성 외곽이 나무 없이 매끈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화읍 북산(1876) - 사진 오른쪽 상단 성곽 밖에 나무가 없다.

 

 

평화교육현장, 월곶돈대

나무가 절대로 자라서는 안 되는 곳이 돈대 외곽입니다. 돈대는 적선의 침입을 경계하는 방어시설입니다. 돈대에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여야 마땅합니다. 나무가 앞을 가로막으면 조망할 수 없고 적군이 가까이 와도 총이나 포를 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돈대 밖으로 숲이 울창한 곳이 여럿입니다.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숲이 있어 오히려 돈대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일부 돈대만이라도 나무를 정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목 보전의 관점도 고려하되, 선택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탐방객이 돈대 입지의 특성을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바다 전망이 가능하게끔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곶돈대와 삼암돈대가 그러하지만, 우선 급한 곳이 연미정 월곶돈대입니다. 월곶돈대는 평화전망대처럼 북한 땅을 바라보는 전망지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돈대 북쪽에 나무가 자라고 퍼져서 시야를 상당히 가립니다. 돈대 여장 높이까지만 수목을 정비하면 좋겠습니다.

 

장곶돈대

 

삼암돈대

 

월곶돈대

 

 

북장대 조망권 회복이 필요하다

남산에 지휘소이자 관측소인 남장대(南將臺)가 있습니다. 북산에는 북장대(北將臺)가 있었습니다. 북장대는 남장대와 달리 건물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돌을 쌓은 석단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마저 사라지고 터만 남았습니다.

강화산성이 1711(숙종 37)에 완공됐습니다. 남장대 건물은 1769(영조 45)에 강화유수 황경원이 세웠습니다. 그런데 남장대를 짓다가 영조 임금에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영조는, 강화외성 보수공사에 힘을 다해야 할 때, 왜 남장대를 짓느냐고, 당장 그만두라고 호통쳤습니다. 영의정 홍봉한이 이미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하게 해달라고 사정해서 겨우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건물은 2010년에 복원한 것입니다.

북장대도 복원하면 좋겠습니다. 아담하게 석단만 쌓으면 될 것입니다. 북장대가 복원돼야 남장대의 존재 의미가 제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또 나무에는 미안하지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장대는 남장대와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북장대 터에서 남장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가려진 듯한 아쉬움을 느낍니다. 시야를 막는 나무를 적절하게 잘라내서 남장대가 보이게 조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북장대 터

 

북장대 터 북쪽 나무들 역시 정리해야 합니다. 월곶돈대처럼 북장대 터도 널리 알려진 북한 조망지입니다. 대산리 벌판이 있어서 한결 입체적으로 북녘을 볼 수 있습니다.

한때 이곳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강화는 위치상 안보교육, 평화교육의 중심지입니다. 북장대를 복원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전망대가 될 것입니다.

강화뉴스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