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한 강화도에 국립박물관이 아직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더구나 남한 땅에서 고려를 말할 수 있는 곳은 강화가 사실상 유일하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니, 강화에 고려박물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이 처음 나온 때가 2011년이다. 인천문화재단 ‘민관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가 제안했다.(파이낸셜뉴스, 2011.09.27.)
2023년에는 강화군이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나선 박용철 후보가 강화의 역사문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2025년, 박용철 군수 주도로 박물관 건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여·야 갈등이 첨예한 현실 속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하여 강화섬에 국립박물관이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 박물관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를 강조함으로써 다른 지역 국립박물관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아울러 강화에 국립박물관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이라고 칭했을 것이다.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을 ‘국립강화박물관’으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산하에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나주박물관, 국립익산박물관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신라 관련 문화유산을 주로 소장한 곳이지만, ‘국립경주신라박물관’이라고 하지 않았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이라는 명칭은 타지역 국립박물관보다 격이 낮은 박물관으로 오해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강화는 고려만의 땅이 아니다. 선사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 새로 지어질 박물관이 고려를 중심으로 꾸며지더라도, 조선시대 유물을 비롯한 다른 시대의 문화재도 당연히 전시될 것이다.
따라서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은 강화의 역사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의 역사적 깊이와 품격을 살리려면, 그 이름은 심플하고도 포괄적인 ‘국립강화박물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