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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史

탄핵 투표장에서 달아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제야 그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고통 겪는지 오래다. 그동안 각계에서 대북방송 중단을 그리도 간절하게 요청했건만, 정부는 계속 못 들은 척했다. 대북방송은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한 술책이었다. 오물 풍선 날리는 북한 땅, 황해도 지역을 포격하라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에 지시했었다고 한다. 지시받은 합참의장이 거부했다고 한다. 북한을 타격하면, 그들도 대응사격을 하게 된다. 국지전이다. 이를 빌미로 비상사태를 선언해서 합법적인 양 계엄령을 선포하려던 속셈이었다. 북한의 포격으로 우리 장병과 주민이 얼마나 죽든 상관없이, 그저 정권만 지키면 된다는 무도한 발상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자기 자리 보전하려고 북한을 도발해서 어쩌면 전쟁이 될.. 더보기
미군의 침략, 신미양요 등거리 외교等!‘등급 등’이라는 한자입니다. 1등, 2등, 할 때의 그 ‘등’입니다. 그런데 等 자에 ‘같다’는 뜻도 있어요. 그래서 등거리(等距離)는 같은 거리라는 의미가 됩니다. ‘등거리 외교’란 이 나라 저 나라에 같은 거리를 두고,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외교하는 걸 말합니다. 국어사전은 ‘어떠한 나라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각 나라마다 동등한 비중을 두면서 중립을 지향하는 외교 정책’이라고 등거리 외교를 정의합니다. 고려는 등거리 외교라고 할만한 대외정책을 펼치며 나라의 안정과 부강을 꾀했습니다. 조선 광해군도 비슷했지요.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중립 정책을 썼습니다. 인조가 쿠데타로 즉위하고 명나라로 확 기울어버리는데, 이게 정묘·병자호란의 한가지 원인이 됐습니다. 역사는, 어느 한쪽 나라에 ‘.. 더보기
갑곶돈대 금표 - 가축 풀어놓으면 곤장 100대라고? 갑곶돈대 마당에 가면 옛 비석들이 모여 있는 걸 보게 되죠. 그 가운데 우뚝, 눈에 띄는 비석이 바로 금표(禁標)입니다. 높이 181㎝, 너비 68㎝, 두께 30㎝, 크기입니다. 그냥 ‘금표’라고도 하고 ‘금표비’라고도 불러요. 금할 금(禁) 자에 표할 표(標) 자를 썼으니, 뭔가를 금지한다는 걸 표기해서 알린다는 의미가 되겠죠. 전국적으로 다양한 금표가 남아 있습니다. 어떤 것은 그냥 ‘禁標’라고만 새겼고, 어떤 것은 무엇을 금하는지 내용을 밝혔고, 또 어떤 것은 금하는 내용과 함께, 어기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까지 기록했습니다. 갑곶돈대 금표에는 금하는 내용과 처벌 규정까지 나옵니다. 앞면에 큰 글씨로 禁標(금표)라고 새기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放牲畜者杖一百(방생축자장일백) 棄灰者杖八十(기회자.. 더보기
간지 이야기 - 병·병! 병자호란, 병인양요 강화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제목으로 뽑았어요. 둘 다 간지가 ‘병’ 자로 시작됩니다. 연대를 봅시다. 병자호란 1636년, 병인양요 1866년. 끝자리가 ‘6’으로 같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번 호에서는 간지에 관해 알아봅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10간(干)이라고 해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12지(支)라고 하고요. 12지는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띠(나이)를 표시하는 방법으로도 쓰지요. 순서대로 외워두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12지로 시간도 구분했습니다. 하루가 24시간이니까 한 개의 지가 두 시간씩 가리키게 됩니다. 그래서 자시(밤 11시~새벽 1시), 축시(1~3), 인시(3~5), 묘시(5~7), .. 더보기
비상계엄 1박 2일, 아직도 꿈인가 싶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8분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선포  2024년 12월 4일 새벽 01시 01분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재적 190명, 찬성 190명 : 야당 172명, 여당 18명)  새벽 04시 27분윤석열 대통령 계엄 해제 요구 수용  새벽 04시 30분정부 국무회의 ‘계엄해제안’ 의결, 공식 발표  지난밤 국회.분노한 시민을 계엄군이 제압하는 게 아니라 꼭 끌어안고 위로함.    1960년 4.19혁명 때 계엄군 탱크에 오른 시민들. 이때도 계엄군은 발포하지 않았음.  세상으로 겨울을 불렀다겨울은 부른이에게로 가버렸다 더보기
거울도 안 보는 남자 사랑 찾아 헤매도는 쓸쓸한 여자가 있어요. 옷차림이 수수한 그녀는 거울도 안 보는 여자래요. 그녀는 왜 거울도 안 볼까요. 태진아는 답을 알겠죠.고려시대에 거울도 안 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대몽항쟁기 강화도 조정에서 큰일을 했던 이규보(1168~1241)입니다. 길상면에 그의 묘소가 있지요. 술과 여자, 아니, 술과 거문고와 시를 아주 좋아해서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는 호를 쓰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거문고보다 가야금을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규보가 ‘거울 보지 않은 지 오래, 내 얼굴 어떤지 기억도 못해….’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처럼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꼭 그래야 할 일이 있었나 봐요. 거울이 뿌연 게 흐릿합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묻습니다. “왜 그런 거울로 보십니까.. 더보기
일본 지배세력을 생각함 나라마다 우선 가치를 국익에 둡니다. 국제 관계는 의리, 인정, 이런 단어로 설명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상대국이 국익의 방향과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에 맞춰 그 나라와의 관계를 풀어가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 지배층이 인식하는 국익은 군국주의적 팽창이라는 야욕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청나라를 꺾고, 러시아마저 무너트리고, 대한제국을 차지하고, 미국까지 위협했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속내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큰 죄를 영광으로 여기는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명징한 역사를 숨기고 부정하고 조작합니다. 전쟁 가해자임에도 외려 가련한 피해자를 자처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그렇게 가르칩니다. 이웃사촌이 되어야 .. 더보기
병인양요, 하필 강화에서 서양에 맞서다 1863년, 고종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철종이 자식을 낳지 못하고 일찍 죽어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들(고종)이 왕위를 이었다고 말해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철종은 아들 다섯에 딸 여섯을 두었습니다. 자식이 모두 11명입니다. 그런데 전부 어린 나이에 죽고 말아요. 그래서 고종이 즉위하게 된 것입니다. 즉위 당시 고종 나이가 12살. 너무 어려서 아버지 이하응이 사실상의 왕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고종 3년 병인년, 1866년에 프랑스가 조선을 침공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병인양요(丙寅洋擾)라고 부릅니다. “뭘 찾아 먹겠다고 그 먼 프랑스에서 조선까지 쳐들어오고 그랬시꺄?”프랑스군이 유럽 땅 프랑스에서 조선으로 온 게 아니고요, 가까운 중국에서 왔습니다. 중국에 프랑스 함대가 주둔.. 더보기
[스크랩]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첫 상설 전시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꾸려진 ‘외규장각 의궤실’에서 직원들이 전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강화도 외규장각을 떠난 지 145년 만인 2011년 고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15일부터 이곳에서 처음으로 상설 전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두 차례 특별전만 있었다. 병자호란 후 종묘 신주를 새로 만들고 고친 일을 기록한 유일본 의궤 ‘종묘수리도감의궤’를 시작으로 한 번에 8책씩 1년에 4번 교체해 연간 32책이 공개될 예정이다.〈서울신문〉 2024-11-15 도준석 전문기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