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찾아 헤매도는 쓸쓸한 여자가 있어요.
옷차림이 수수한 그녀는 거울도 안 보는 여자래요.
그녀는 왜 거울도 안 볼까요.
태진아는 답을 알겠죠.
고려시대에 거울도 안 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대몽항쟁기 강화도 조정에서 큰일을 했던 이규보(1168~1241)입니다.
길상면에 그의 묘소가 있지요.
술과 여자, 아니, 술과 거문고와 시를 아주 좋아해서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는 호를 쓰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거문고보다 가야금을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규보가 ‘거울 보지 않은 지 오래, 내 얼굴 어떤지 기억도 못해….’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처럼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꼭 그래야 할 일이 있었나 봐요.
거울이 뿌연 게 흐릿합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묻습니다. “왜 그런 거울로 보십니까?”
거울을 좀 깨끗하게 닦으라는 의미겠죠. 그랬더니 이규보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거울이 맑으면 잘생긴 사람은 기뻐하지만, 못생긴 사람은 싫어한다오.”
〈강화역사심문〉 제2호(2024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