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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史

일본 지배세력을 생각함

나라마다 우선 가치를 국익에 둡니다. 국제 관계는 의리, 인정, 이런 단어로 설명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상대국이 국익의 방향과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에 맞춰 그 나라와의 관계를 풀어가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 지배층이 인식하는 국익은 군국주의적 팽창이라는 야욕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청나라를 꺾고, 러시아마저 무너트리고, 대한제국을 차지하고, 미국까지 위협했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속내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큰 죄를 영광으로 여기는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명징한 역사를 숨기고 부정하고 조작합니다. 전쟁 가해자임에도 외려 가련한 피해자를 자처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그렇게 가르칩니다. 이웃사촌이 되어야 할 이웃 나라를 적으로 여기게 교육합니다. 다시는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강해져야 한다! 외치는 것 같습니다.

 

 

작금에, 정부가 일본 대하는 걸 보면, 정말 일본이 피해자인가보다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듭니다. 홍범도 장군을 배척한 것이 그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보다는 일본을 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줘서 우리나라가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남의 나라인 일본 정부의 마음은 얼추 알겠는데, 내 나라인 한국 정부의 마음은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양보하고 용납할수록 그들이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얕볼 가능성이 큰데 말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고 여기는 이들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독립기념관장에 식민지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을 앉힌 것은 가슴 아픈 코미디입니다.

언제까지 그 옛날 식민시대에 발목 잡혀 일본에 사과나 요구하며 지낼 것이냐고요? 미래를 위해, 한일 양국의 번영을 위해 과거를 덮고 나가야 한다고요?

어릴 때 입은 마음 상처가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사람 하나의 상처도 수십 년을 가는데, 하물며 나라가 입은 상처는 어떻겠습니까. 한일관계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당당하게 풀어가야 할 과제이지, 한순간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이미 일본이 과거 잘못에 대해 여러 번 사과했다? 형식적일 뿐, 진정성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미안하다 사과하고 점심에 ‘위안부’ 강제 동원 아니다, 징용 끌어간 적 없다, 하는 식이었으니 말입니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더욱, 지난 역사를 두 눈 똑바로 뜨고 기억해야 합니다. 이미 삼국시대부터 왜구의 침략이 빈번했습니다. 고려 말엔 참혹했습니다. 조선 들어서도 왜구의 침탈이 거듭됐습니다. 조선이 대마도를 정벌하고 나서야 수그러들었습니다.

세종이 일본인을 딱하게 여겨 염포를 열려고 하자 허조라는 신하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위선적입니다. 우리에게 신하인 듯 굴다가 금방 배반하곤 했습니다. 그 속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데 어찌 은혜를 베풀려고 하십니까. 훗날 반드시 나라의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세종은 염포마저 개항했습니다. 허조가 예언한 대로 일본은 나라의 걱정거리가 됩니다. 얼마 안 돼 중종 때 삼포왜란을 일으켰으니 말입니다. 이어서 임진왜란, 대한제국 강제병합….

 

[사진출처 외교부]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지배 세력의 행태로 보면, 언젠가 반복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875년(고종 12) 운요호 사건 직전, 운요호 함장 이노우에 요시카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조선은 일본에게 꼭 필요한 땅이다. 우리가 조선을 차지하는 것은 세계로 웅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금 조선 내부가 혼란스러우니, 공격할 절호의 기회이다.” 150년 지난 지금, 일본 통치 세력도 이와 유사한 속내를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일본을 적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손잡고 함께 할 일은 기꺼이 하되,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대처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비판하고 항의할 사안은 강력하게 비판하고 항의해야 합니다. 그게 일본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나훈아가 공연하러 일본 갔을 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해서 일본 우익의 협박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나훈아가 경상도 사투리로 이렇게 대답했다죠. “직일라믄 직이삐라”(한겨레, 2024.05.04. 이재익) 이게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고 정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