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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 오군, 사아이거호》 - 강화도에서 보는 정묘호란·병자호란 ■ 책 이름 설명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실록에 적힌 원문은 “오군, 오군, 사아이거호(吾君, 吾君, 捨我而去乎)” 때는 1637년(인조 15) 1월 30일, 남한산성을 나선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었다. 잔뜩 옹송그린 자세로 “천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였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도 올렸다. ‘삼배구고두례’라는 것이다.청 태종에게 궁궐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겨우 받고 인조는 창경궁으로 향했다. 청나라로 끌려가던 수많은 백성이 임금을 보고 울부짖으며 외쳤다.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 그냥 임금님이라 하지 않고 우리 임금님이라고 했다. 우리 임금님은, 그냥, 갔다. 버림받은 백성들은 그렇게.. 더보기
적석사에서 울다 잎들이 붉게 타고 있었다 바람에 몸 내준 억새는 울고 있었다 황토색 승복 입은 중년의 사내 바위그늘에 묻혀 있었다 중이면서 아직은 중이 아닌 중간 중 흔들리는 뒷모습이 낙엽이었다 어쩌다가 늘그막에 머리 깎았느냐고 속으로도 묻지 않았다 인연의 무게에 눌려 쪼그린 어깨 펴지 못한 채 가득한 가슴 씻어내지 못하고 담배 연기 속에 눈물만 묻는다 사방에서 억새 울음 우는 소리 해탈하는 노을 소리 해 떨어지는 소리 속세의 끈 끊어내는 소리 《강화도史》 더보기
망산 봉수가 사적으로 지정됐습니다 역사의 섬답게 강화에는 국가지정 문화유산이 많습니다. 보물이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을 비롯해 12건입니다.(국보는 없습니다) 사적은 ‘강화 삼랑성’을 포함해 16건입니다.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를 포함해 5건의 천연기념물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적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2023년 11월 22일에 ‘강화 망산 봉수 유적’이 서해안 다른 지역 봉수와 함께 사적으로 지정된 것입니다. 내가면 망산은 덕산으로도 불립니다. 그곳에 봉수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 후기 군사 통신시설인 ‘제5로 직봉(전남 여수∼서울 목멱산)’ 노선상에 위치하는 61개 봉수 유적 중 역사적·학술적 가치, 잔존 상태, 유구 확인 여부 등을 고려하여 16.. 더보기
강화군노인복지관 강의를 마쳤다 어찌어찌 인연이 되어, 강화노인복지관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이 지난 1월 30일이었다. 계절이 몇 번 바뀌었다. 12월 4일 오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어르신 강화해설사 양성 과정’, 강화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강좌였다.  ‘노인’이라고 하기엔 이른, ‘어르신’이라고 하기엔 더 이른, ‘중년’의 남녀 수강생 여러분과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이분들의 열정과 다감한 배려심 덕분에 즐겁게 강의할 수 있었다. 이분들의 역사 공부에 임하는 자세, 질문, 그리고 해주시는 다양한 말씀 등을 통해 나도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보람을 맛보게 해주신 수강생 여러분께 진정,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강좌를 개설하고 성실하게 지원해주신 복지관 측에도 감사하다.  강의실에 늘 활기를 불어넣으셨던 .. 더보기
강화도에 국립고려박물관 설립 계획 강화에 국립고려박물관을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없어져서 안타까웠는데, 국립박물관이 선다니 반갑다. 지금 강화에는 강화역사박물관과 강화전쟁박물관이 있다. 훌륭하게 교육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나름의 가치를 발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 공간이 부족하고 소장품의 질 역시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 같다. 그래서 더 국립박물관 소식이 반갑게 들린다. 국립고려박물관은 연면적 10,000㎡ 규모로 계획됐다고 한다. 대략 3천 평 크기다. 국립부여박물관이 연면적 14,483㎡ 규모인 걸 보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건축물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시물의 위상이 중요하다. ‘국립’의 위상에 맞는 문화유산을 다수 소장하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나라 국보급 고려청자 다수가 강화에서 출토.. 더보기
벌대총 그리고 진과 보 오매불망 강화도 대가가 새벽에 산성을 출발하여 강도로 향하려 하였다. 이때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서 산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말이 발을 디디지 못하였으므로, 상이 말에서 내려 걸었다. 그러나 끝내 도착할 수 없을 것을 헤아리고는 마침내 성으로 되돌아왔다. 《인조실록》 1636년(인조 14) 12월 15일의 상황입니다. ‘산성’은 어느 산성일까요? 남한산성입니다. 병자호란 때 얘기입니다. 전날인 12월 14일에 인조와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에 인조가 몰래 성을 나와 강화로 향했던 겁니다. 하지만 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포기하고 남한산성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다른 사료에는 “15일에 임금이 걸어서 가시다가 여러 번 엎어지셔서 옥체가 불편하여 도로 성에 드시었다.”라고 나옵니다. .. 더보기
보문사에서 사라진, 내가 잃어버린 오랜만에 찾은 석모도 보문사 변함없이 보문사는 커 가는 중 용왕전이 새로 생겼고 청풍루라는 누각도 거의 완축 단계 얼마나 더 커질지 부처님도 모르실 듯 내 보문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여기 갈 때마다 꼭 둘러보는 한 뼘 초가 스님의 수행 공간 밖으로만 빙빙 돌며 저 안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하던 곳 그런데 없다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건 아니고 이름하여 리모델링 이렇게 기와집이 되었다 난 또 하나 잃어버렸다. 더보기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다 ‘서울의 봄’을 보았다. 상영 시간 장장 2시간 21분. 거기다 결말을 다 아는 내용이다.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하며 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씀이다. 하품을 몇 번쯤 하고 딴생각도 좀 하면서 볼 법한 조건이다. 그러한데,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 긴 시간 몰입해서 봤다. 영화에 힘이 있다. 김성수 감독이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재밌었다. 국어사전은 ‘재미있다’를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나 느낌이 있다’로 푼다. 전혀 즐겁지 않다. 유쾌하지도 않다. 나는 이 영화를 다른 의미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전두광 역 황정민은 역시 배우다. 만약에 황정민을 길에서 만난다면 패버릴 것 같다. 이태신 역 정우성도 빛난다. 그 잘생김을 질투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정우성의 연기에 한 끗 정도 미흡함을 느끼곤 했다, 그동안... 더보기
어느 날 문뜩 당신 집 앞을 지납니다 ...... 당신 집 앞을 지났습니다 공연히 뒤돌아봅니다 두 번인가 아니, 세 번일까 몰라 강산이 변했습니다만 여전히 당신은 불쑥 내 가슴을 찌릅니다 나는 오늘 그래서 아픕니다. 〈사학연금〉 2023년 11월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