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이 붉게 타고 있었다
바람에 몸 내준 억새는 울고 있었다
황토색 승복 입은 중년의 사내
바위그늘에 묻혀 있었다
중이면서 아직은 중이 아닌 중간 중
흔들리는 뒷모습이 낙엽이었다
어쩌다가 늘그막에 머리 깎았느냐고
속으로도 묻지 않았다
인연의 무게에 눌려
쪼그린 어깨 펴지 못한 채
가득한 가슴 씻어내지 못하고
담배 연기 속에 눈물만 묻는다
사방에서 억새 울음 우는 소리
해탈하는 노을 소리
해 떨어지는 소리
속세의 끈 끊어내는 소리
《강화도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