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常

내 블로그 이야기 헤아려 보니 블로그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됐다. 2007년에 엠파스로 시작했다. 그때 블로그 문패를 ‘강화도에서 띄우는 편지’로 달았었다. 엠파스가 없어지면서 2009년에 이글루스로 옮겨야 했다. 이후 언젠가 블로그 이름을 ‘江華歷史廊’으로 변경했다. 소통보다는 글 쓸 자료, 강의할 자료를 모아두는 ‘서고’로 블로그를 이용해왔다. 그래서 스크랩한 것이 아주 많다. 지금도 여전히 이글루스를 하고 있다. 세월이 세월인만큼 정이 들었다. 올해 초 갖게 된 도메인, 강화도닷컴(www.ganghwado.com) 그냥 놀리기 뭣해서 블로그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개인 도메인을 블로그와 연결할 수 있는 티스토리에 새로운 블로그를 열었다. ‘강화도닷컴’이라는 이름으로. 그때가 2월 1일이니, 꼭 두 달 전이다. 첫 글.. 더보기
강화에 살아줘서 고마운 두 남자 - 이시우, 함민복 틈틈이 이전 블로그에서 이곳으로 '살림짐'을 옮기고 있다. 아, 2009년에 함민복, 이시우 선생을 간략하게 소개했었구나. 그대로 오려서 붙인다.   범접하기 어려운 순수, 함민복견줄 수 없는 깊이와 높이, 이시우2023년, 나는 여전히 두 사람이 고맙다.두 남자 다 이제, 사진보다는 조금 더 늙었다. 그래도 눈은 여전히 맑고, 정갈하고, 또 살아있다.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변에 있는 함민복 시비 사진을 덧붙인다. 더보기
어느 일요일 목욕탕 풍경 ‘이발은 예술이다’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오리정 근처의 대중목욕탕. 거기 이발소 거울 위 액자에 이발은 예술이라고 쓰여 있다.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이발사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저 한마디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손님 머리를 자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맑고 따뜻하다. 어르신들께 이발비의 30%를 깎아주는 미덕도 저 자부심에서 나왔으리라.세상에 좋은 직업이 있으면, 좋지 않은 직업도 있기 마련이다. 세속적인 잣대를 내려놓고 생각해보면 좋은 직업과 좋지 않은 직업의 기준은 내 마음속에 있다. 지금 내가 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임한다면 나의 직업은 좋은 것이 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좋지 않은 직업이 된다. 내 직업이 좋지 않다면 개인의 불행이요 가족의 불행이고 또 이 나라의 불행이다. .. 더보기
아들아, 대학은 인연이란다 토요일 아침, 작은 아이가 아침 먹으라며 흔들어 깨운다. 눈뜨고 보니 녀석은 어느새 세수하고 옷까지 챙겨 입었다.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대학탐방 간다며 멋쩍게 웃는다. 무슨 소린지 금방 알아들었다. 가슴이 짠했다. “누구랑 가니?” “나 혼자 가지 뭐.” 녀석은 대학교 좋은 기운 좀 받아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작은 아이는 지금 고3, 엊그제 수능을 치렀다. 하지만 수시 전형에 모든 신경이 다 모여 있다. 6개 대학에 원서를 썼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신통치 않다. 용케 아이가 정말 원하는 대학 한 곳에 1단계(서류 전형) 합격이 돼서 다음 토요일에 면접을 보게 됐다. 일주일 후면 당연히 시험 보러 갈 대학인데, 오늘 미리 ‘학교 구경’ 간 것이다. 여기 강화도에서 그 대학까지 꽤 먼 곳인데 얼마나 간절했으.. 더보기
아버지, 제 얘기 들어주세요 아부지, 여기 햄버거랑 커피 있으니 어서 드세요. 마트 빵집에서 햄버거를 사는데 아주머니가 데워 주랴고 물어봐서 잠시 멈칫했답니다. 그래 날도 찬데 따듯한 게 좋겠다 싶어서 데워왔네요. 생전에 커피랑 햄버거를 좋아하셔서 사 왔습니다. 엄마도 햄버거 좋아하신다고요? 예 알지요. 이따 가다가 엄마 드실 것도 하나 사갈게요.엄마는 점점 건강을 잃어갑니다. 걷는 게 더 힘들어지고 귀도 어두워집니다. 평소대로 말을 하면, 너는 왜 그렇게 작게 말하냐고 하시고 크게 말하면, 맨날 소리만 지른다고 뭐라 하십니다. 집에서 엄마한테 소리를 자주 지릅니다. 잘 들으시라고 크게 말할 때도 있지만, 짜증 섞어 질러대는 경우가 더 많네요.아버지 기억하시나요. 여기 모시고 얼마 뒤, 묘소 앞에 무릎 꿇고 제가 뭐라고 했던가요. .. 더보기
노가리 황산도 알맞게 허름한 선술집 무장해제한 만남 사십년 지기 몇이 술을 마신다 한번만 따르면 될 것을 굳이 두 번씩 따라 소주도 아닌 것을 맥주도 아닌 것을 콜라 안주로 땅콩 몇 알 집으려다 눈이 마주쳤다 적절히 지저분한 술상 위에 노가리 대가리 하나 둥그런 눈 총명하게 뜨고 야무지게 입을 연 너 들어라 한 말씀 주실 것 같아 숨죽이고 기다린다 더보기
아들아, 다음엔 눈물 대신 포옹이다 훈련소 수료식 마치면 꼬옥 안아줄 생각이었다. 아빠 학급 아이들의 대학 수시 전형 응시로 한창 바쁠 때 하필 그때 네가 입대하는 바람에 훈련소에 데려다 주지도 못했지. 너 홀로 군에 보내고 내내 아렸다.입대가 즐거운 젊은이가 어디 있으랴. 심란한 티 내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떠나던 뒷모습이 한 달여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한 달이 한 해 같았다. 그런데 그 먼 진주까지 가서 기초훈련 모두 끝낸 너를 보자마자 아빠는 돌아서고 말았다. 너도 약속이나 한 듯이 등을 돌리더구나. 우리 부자는 그렇게 등 돌리고 서서 한줄기 눈물로 뜨거운 포옹을 대신하고 말았다. 그 옛날, 아빠 군에 가던 날 훈련소 앞 장면이 떠오른다. 억지로 웃으며 손을 흔들곤 바로 돌아서서 뛰었다. 강해지러 가는 군대인데 왜 눈물이.. 더보기
서울 꽃 강화 꽃 강화도가 서울보다 1, 2도쯤? 기온이 낮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3월 26일 오늘, 서울은 온통 꽃세상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개나리와 벚꽃은 말 그대로 만개였다. 가을 닮은 푸른 하늘 아래 목련도 터져 있었다. 한강 버들은 파릇하게 물이 올라 있었다. 강화는 이제 생강나무 수줍게 노랗고, 목련은 터질까 말까, 진달래 살짝 열리고 있는데, 그래서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 풍경인데, 세상에, 서울은 딴 세상이었다. 하긴 강화도도 예년보다 빠르게 꽃들 피어날 태세다. 조만간 북산 벚꽃길 열리고 고려산 진달래 바다 펼쳐지겠지. 왜 이리 서둘러 피는가. 꽃도 사람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학생 때 한국인의 민족성은 ‘은근과 끈기’라고 배웠다. 이제 누가 은근과 끈기를 말하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 더보기
동네 굴뚝 이제 봄인가보다. 따듯한 날씨. 미세먼지 나쁘다는데 이제 웬만하면 신경 쓰이지 않고. 북산 한 바퀴 돌아볼까 하다가 그냥 동네 한 바퀴 돌았다.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고… 눌러사는 동네에서 처음 보고만 여전히 살아있는 굴뚝. 들어야 들리고 보아야 보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