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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새해는 1년에 세 번 1월 1일 새 달력을 건다. 그래도 왠지 새해 맛이 안 난다. 설 음력 1월 1일. 이제 새해 맞은 기분이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다고 인정한다.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3월 2일 개학일. 그래 이게 진짜 새해다. 선생이라는 직업을 이십 년 넘게 갖고 있다 보니 3월이 열려야 비로소 새해다운 설렘과 긴장감이 몸으로 흐른다. 모처럼 3학년 담임으로 새해 3월을 맞았다. 사실 3학년 담임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맡은 세계사가 선택과목이라서 우리 반 아이들 가운데 일부만 내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내 교실에서 내 반 아이들만 데리고 수업하는 시간이 전혀 없는데, 어찌 담임을…. 그런데 담임이 됐다. 원하지 않았어도, 예상하지 못했어도 현실은 고3 담임이다. 뒤돌.. 더보기
다행이다, 일본 정치세력의 저급한 수준이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의 영토인 독도 문제를, 한·일이 관계 개선을 하려면 꼭 해결해야 하는 ‘외교 현안’으로 삼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섣부른 ‘항복 외교’로 일본에 약점을 노출하면서 그 여파가 한국이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독도에까지 파급되는 모습이다. 일본 내각부의 한 간부는 29일 온라인판 기사에, ‘징용공 문제(강제동원피해 배상 문제) 다음으로 다케시마(독도)도 착수해야 한다. 일-한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윤 정부 (임기) 내에 (이 문제 해결을) 강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겨레신문, 2023.03.30. 임재우 기자) 아마도 지금, 대통령은 ‘일본, 니들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분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배은망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 더보기
강화산성 견자산 구간 1711년(숙종 37)에 완공된 강화산성은 강화읍 남산, 견자산, 북산을 빙 두른 석성이다. 둘레는 7㎞ 조금 더 된다. 남산, 북산과 달리 견자산은 남아 있는 성벽이 넓지 않고, 숲에 묻혀서 형태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정비가 이루어져서 성의 골격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진은 2011년 10월에 찍은 것이다. 성벽 아래서 사진 촬영이 불가한 상태였다. 성곽의 윤곽도 확인하기 좀 어려웠다. 아래 사진 두장은 2023년 3월에 촬영한 것이다. 성길 따라 걷기가 수월해졌다. 더보기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당신의 자녀는 어떻게 커가고 있습니까? 어릴 때, 간절하게 갖고 싶던 것이 나이키 운동화와 파카 만년필이었습니다. 지금 나에게는 만년필이 두 개 있습니다. 파카보다 더 유명하고 고급스러운 상표도 여럿이라지만, 파카만 고집하는 것은 어릴 때의 꿈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키 운동화는 아직도 없습니다. 어인 일인지 사게 되지 않습니다. 그 돈이면 값싼 운동화 서너 켤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하곤 합니다.우리 학교 동네는 시골이라서 지금도 5일마다 장이 섭니다. 교문만 나서면 바로 장터입니다. 거기서 운동화를 사다가 아이들을 신겼습니다. 금방금방 발 크는 아이들에게 비싼 운동화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 서지요. 큰아이는 불평 없이 잘 신고 놀았습니다. 새신발이라는 게 그저 좋았겠지요.그런데 이 녀석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돌변.. 더보기
다시 든 회초리 첫 학교 경남 마산에서 1학년 담임을 할 때다. 한 녀석이 나에게 부탁을 했다. 매일 영단어집 몇 쪽씩 시험을 보고 틀린 개수대로 회초리를 쳐달라고.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지만, 공부하겠다는 열의가 예뻐서 그러마 했다. 아침마다 복도에서 녀석의 영단어집을 받아들고 문제를 냈다. 많이 틀렸고 많이 때렸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틀리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결국은 단어집을 다 떼었다. 녀석은 원하던 학과에 진학했다. 지금 우리 반 아이가 나에게 부탁을 해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계획대로 공부했는지 확인해주고 계획을 이루지 못했을 때 회초리로 때려달라고 했다. 이제 늙다보니 회초리 들기가 싫다. 더구나 인권조례라는 것으로 체벌이 금지됐는데 새삼 매를 들기도 좀 거시기하다. 더구나 이번 녀석은 여자아이다. 그런데.. 더보기
국회의원 자료 요구에 수업도 못해서야 교사들이 각종 잡무에 시달린다는 얘기는 뉴스도 아니다. 이런 잡무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다. 공문 처리 때문에 수업을 못하게 되는 황당한 일까지 생긴다. 여기에는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도 한 몫하고 있다. 주로 국정감사에 임박해 이런 제목의 공문을 받게 된다. '(긴급)○○○의원 요구 자료 제출'. 꼭 앞에 '긴급'이란 말이 붙는다. 일반 공문은 제출 마감일이 대개 일주일 이후로 잡힌다. 그러나 국회의원 요구 자료는 오늘 보내놓고 내일까지 보고해달라 한다. 오전에 공문을 보내놓고 당일 오후까지 제출해야 할 때도 있다. 수업 때문에 못 보내면 교육청에서 계속 독촉 전화가 온다. 또한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내용은 대부분 많은 시간을 들여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3년 심지어 5년간의 각종 통계.. 더보기
어느 일요일 목욕탕 풍경 ‘이발은 예술이다’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오리정 근처의 대중목욕탕. 거기 이발소 거울 위 액자에 이발은 예술이라고 쓰여 있다.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이발사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저 한마디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손님 머리를 자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맑고 따뜻하다. 어르신들께 이발비의 30%를 깎아주는 미덕도 저 자부심에서 나왔으리라.세상에 좋은 직업이 있으면, 좋지 않은 직업도 있기 마련이다. 세속적인 잣대를 내려놓고 생각해보면 좋은 직업과 좋지 않은 직업의 기준은 내 마음속에 있다. 지금 내가 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임한다면 나의 직업은 좋은 것이 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좋지 않은 직업이 된다. 내 직업이 좋지 않다면 개인의 불행이요 가족의 불행이고 또 이 나라의 불행이다. .. 더보기
아들아, 대학은 인연이란다 토요일 아침, 작은 아이가 아침 먹으라며 흔들어 깨운다. 눈뜨고 보니 녀석은 어느새 세수하고 옷까지 챙겨 입었다.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대학탐방 간다며 멋쩍게 웃는다. 무슨 소린지 금방 알아들었다. 가슴이 짠했다. “누구랑 가니?” “나 혼자 가지 뭐.” 녀석은 대학교 좋은 기운 좀 받아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작은 아이는 지금 고3, 엊그제 수능을 치렀다. 하지만 수시 전형에 모든 신경이 다 모여 있다. 6개 대학에 원서를 썼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신통치 않다. 용케 아이가 정말 원하는 대학 한 곳에 1단계(서류 전형) 합격이 돼서 다음 토요일에 면접을 보게 됐다. 일주일 후면 당연히 시험 보러 갈 대학인데, 오늘 미리 ‘학교 구경’ 간 것이다. 여기 강화도에서 그 대학까지 꽤 먼 곳인데 얼마나 간절했으.. 더보기
아버지, 제 얘기 들어주세요 아부지, 여기 햄버거랑 커피 있으니 어서 드세요. 마트 빵집에서 햄버거를 사는데 아주머니가 데워 주랴고 물어봐서 잠시 멈칫했답니다. 그래 날도 찬데 따듯한 게 좋겠다 싶어서 데워왔네요. 생전에 커피랑 햄버거를 좋아하셔서 사 왔습니다. 엄마도 햄버거 좋아하신다고요? 예 알지요. 이따 가다가 엄마 드실 것도 하나 사갈게요.엄마는 점점 건강을 잃어갑니다. 걷는 게 더 힘들어지고 귀도 어두워집니다. 평소대로 말을 하면, 너는 왜 그렇게 작게 말하냐고 하시고 크게 말하면, 맨날 소리만 지른다고 뭐라 하십니다. 집에서 엄마한테 소리를 자주 지릅니다. 잘 들으시라고 크게 말할 때도 있지만, 짜증 섞어 질러대는 경우가 더 많네요.아버지 기억하시나요. 여기 모시고 얼마 뒤, 묘소 앞에 무릎 꿇고 제가 뭐라고 했던가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