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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敎

국회의원 자료 요구에 수업도 못해서야 교사들이 각종 잡무에 시달린다는 얘기는 뉴스도 아니다. 이런 잡무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다. 공문 처리 때문에 수업을 못하게 되는 황당한 일까지 생긴다. 여기에는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도 한 몫하고 있다. 주로 국정감사에 임박해 이런 제목의 공문을 받게 된다. '(긴급)○○○의원 요구 자료 제출'. 꼭 앞에 '긴급'이란 말이 붙는다. 일반 공문은 제출 마감일이 대개 일주일 이후로 잡힌다. 그러나 국회의원 요구 자료는 오늘 보내놓고 내일까지 보고해달라 한다. 오전에 공문을 보내놓고 당일 오후까지 제출해야 할 때도 있다. 수업 때문에 못 보내면 교육청에서 계속 독촉 전화가 온다. 또한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내용은 대부분 많은 시간을 들여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3년 심지어 5년간의 각종 통계.. 더보기
교사, 말하기의 어려움, 또는 무서움 누구나 말실수를 한다. 어쩔 수 없다. 말실수가 아닌 듯 한데 결과적으로 말실수인 경우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은 더 말을 조심해야 한다. 가르치는 대상이 어릴 수록 특히 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다시 그런 생각을 했다. 대학가 안팎에 깊숙이 스며든 서열에 대한 인식은 재수 계획이 없던 이들의 마음까지 돌리고 있다. 지난해 22학번으로 지역거점 국립대 생명과학부에 진학한 조성진(가명·20)군은 입학식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수를 결심했다. 그가 입학한 대학은 광역시 소재가 아니었고, 서울에서 제법 거리가 먼 곳이었다. “필수교양 과목 첫 수업을 듣는 날이었어요. 교수님이 ‘이 대학을 다닌다고 너희들 인생이 망한 건 아니다.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 더보기
광수 생각 교사 시절, 나를 뜨끔하게 했던 '광수 생각' 한 컷. 더보기
“선생님은 여자 마음을 너무 몰라요.” 오늘도 10시 넘어 학교를 나섰다. 고단한데, 심란하기까지 하다. 요즘은 대입 수시1차 시험 기간이다. 적성, 논술, 면접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일, 모레 이틀 동안, 우리 반에서만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전장으로 나선다. 며칠째, 면접 볼 아이들을 모아 준비를 시키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 이미 두어 번 낙방의 아픔을 겪은 ○○가 면접 연습하다가, 눈가가 젖더니, 통곡이 되었다. 겨우 수습된 뒤, △△를 불러 면접을 시작했다. 허, 이 녀석도 이내 눈물범벅….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은 아이들을, 둘씩이나 울렸다. 그치게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얼마나 아팠기에, 얼마나 참았기에…. 면접 연습 중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긴 했지만, 혹독하진 않았다. 내가 던진 몇 마디 말 가운데 하.. 더보기
김용택 시인과 전교조 십년이 더 지났네. 2011년에 전교조에서 나오는 교육신문 에 김용택 시인의 글이 실린 후, 그에 대한 반박의 글이 다시 실렸다. 비교해 읽어보면서 여러모로 착잡했다. 그때 블로그에 저장했던 것을 여기 옮긴다. 2023년 3월, 오늘에도 여전히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희망칼럼]한심한 당신들의 동지 김용택/ 시인 선생 38년, 학교를 그만둔지 3년,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이제야 전교조 관계 신문으로부터 난생 처음 청탁을 받았다. 감개가 무량(?)하다. 이런 신문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러이러한 신문이라고 청탁자의 설명을 듣고 도대체 어떤 신문인가 여기 저기 찾아보았다. 나는 전교조란 말에 반감이 있다. 강연 청탁전화할 때 지나치게 뻣뻣하고 경직되어 있고, 불친절하다. 일방적이다. 놀랍게도 전교조가 .. 더보기
수능 전날에 내일이 수능일이다. 오늘은 예비소집일이라 아이들을 오전에 보냈다. 덕분에 나도 일찍 퇴근했다. 떠날 채비 서두르는 가을의 끝자락, 뛰는 듯 걷는 듯 차를 몰아 초지대교를 건넜다. 보고픈 사람 있어 잠시 들러보고 해수탕에 가서 몸을 씻었다. 마음도 좀 씻었다. 그리고 고즈넉한 산사, 그래서 주뼛거리지 않고 절할 수 있는 청련사로 갔다. 큰법당 부처님 앞에 엎드려 우리 반 녀석들 수능 잘 보기를 빌었다. 그동안 수없이 토해낸 한숨, 눈물, 이제는 뒤로하고 행복하게들 웃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삼성각 산신령님께도 절을 올렸다. 단풍구경 한번 가지 못하고 가을이 갔다고 여겼는데, 청련사 경내에는 아직도 고운 가을이 버티고 있었다. 고마워라. 고마워라. 빛이 다하기 전에 서둘러 몇 장 주워담았다. (2012년 1.. 더보기
빠샤빠샤! 오래 머물던 다른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사 중이다. 전 블로그에 올렸던 옛글을 하나하나 보면서 나는 다시 교사 시절의 향수에 잠긴다. 그래도 인복은 있어서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다음 글은 2016년 4월에 올렸던 것인데, 옮겨왔다. 경수샘! 스트레스 심해 보이세요…. 이래저래 업무 굉장히 많으셔서 많이 힘드시죠? 힘내세요! 힘드신 거, 잡일들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고요!! 소소하게 많이 웃는 일 있어야 하는데 ㅠㅠ 멋진 부장님 보며 저는 힘을 얻는데 우리 경수샘은…. ㅠㅠ 빠샤!! 제 기를 드릴게요! 빠샤빠샤!! 힘내세요.^^ ♡ -○○○ 드림 아닌 게 아니라 참 힘들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래도 가급적 티 안 내려고 하는데, 딸뻘 선생님한테 들켰다.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책상에 따끈한 .. 더보기
내 새끼손가락의 매니큐어 지난 7월, 여름방학 하는 날이었습니다. 1교시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방학하는 날이라, 수업 분위기가 좀 어수선했어요. 종 치기 10분 전쯤에 수업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자유 시간을 주었죠. 의자에 잠시 앉았는데 무료하더라고요. 그래서 분단 사이를 오가면서 아이들이 뭘 하며 노나 보았습니다. 어이쿠, 이런! 여학생 한 녀석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겁니다. 노려보는 나의 눈과 녀석의 겁먹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제 겨우 고 1짜리가 매니큐어라니…. 혼내주려던 마음을 서둘러 버렸습니다. 방학 날 아닙니까. “선생님도 좀 칠해줄래?” 왼쪽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예~?” 아이는 정말 놀랐습니다. “나도 손가락 하나만 칠해달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내 손가락에 .. 더보기
그래 아들아 맘껏 울어라 오후 3시 30분.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할 일이 없는데…, 이상하다 여기며 네 전화를 받았지. “아빠!” 한 마디에 가득한 네 슬픔이 나에게 전해졌다. “아들, 왜 그래 시험 못 봤어?” 너는 대답 대신 울기 시작했다. 여태 그렇게 섧게 우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저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통곡소리는 아빠의 귀를 찌르고 가슴을 후비고 온몸을 아프게 했다. 나도 벽에 기대 그냥 울고 싶었다. 네 울음소리 잦아질 때까지 아빠는 그냥 그렇게 정물이 되어 서 있었다. 전화기를 귀에 댄 채.네가 울었던 게 언제였더라. 초등학생 때까지는 우는 모습을 보았다. 중학생이 되고는 울지 않았지. 그런데 이제 아빠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큰 고등학생이 되어 그것도 사내 녀석이 꺼이꺼이 우는구나. 그렇게 중간고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