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수능일이다. 오늘은 예비소집일이라 아이들을 오전에 보냈다. 덕분에 나도 일찍 퇴근했다. 떠날 채비 서두르는 가을의 끝자락, 뛰는 듯 걷는 듯 차를 몰아 초지대교를 건넜다. 보고픈 사람 있어 잠시 들러보고 해수탕에 가서 몸을 씻었다. 마음도 좀 씻었다. 그리고 고즈넉한 산사, 그래서 주뼛거리지 않고 절할 수 있는 청련사로 갔다. 큰법당 부처님 앞에 엎드려 우리 반 녀석들 수능 잘 보기를 빌었다. 그동안 수없이 토해낸 한숨, 눈물, 이제는 뒤로하고 행복하게들 웃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삼성각 산신령님께도 절을 올렸다. 단풍구경 한번 가지 못하고 가을이 갔다고 여겼는데, 청련사 경내에는 아직도 고운 가을이 버티고 있었다. 고마워라. 고마워라. 빛이 다하기 전에 서둘러 몇 장 주워담았다.
(2012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