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10시 넘어 학교를 나섰다. 고단한데, 심란하기까지 하다.
요즘은 대입 수시1차 시험 기간이다. 적성, 논술, 면접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일, 모레 이틀 동안, 우리 반에서만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전장으로 나선다. 며칠째, 면접 볼 아이들을 모아 준비를 시키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
이미 두어 번 낙방의 아픔을 겪은 ○○가 면접 연습하다가, 눈가가 젖더니, 통곡이 되었다. 겨우 수습된 뒤, △△를 불러 면접을 시작했다. 허, 이 녀석도 이내 눈물범벅….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은 아이들을, 둘씩이나 울렸다. 그치게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얼마나 아팠기에, 얼마나 참았기에….
면접 연습 중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긴 했지만, 혹독하진 않았다. 내가 던진 몇 마디 말 가운데 하나가 이 아이들을 아프게 찌른 것 같다. 하여간, 나 때문에 우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울고 싶었다. 미안했다.
한참 뒤, 감정을 추스른 ○○이가 말했다. “선생님은 여자 마음을 너무 몰라요.”
난해하다.
그래, 내가 모르는 것이 여자의 마음뿐이겠느냐….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