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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나무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다

교동도 화개산 암각화

 

강화 교동도 화개산 정상부근에 암각화가 있다고 해서 사진 찍으러 갔다. 유심히 보니 암각화 밑으로 기암절벽이 펼쳐져 있다. 겨울이라서 그게 보였다. 겁이 좀 나고 해서 망설였다. 내려가 볼까 말까. 결국, 카메라 들고 내려갔다. 낙엽이 미끄러워 몇 번 엉덩방아를 쪘다. 바위벽은 생각보다 웅장했다.

사진을 찍으려다 나뭇가지가 가려서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찾았다. 역시 나무가 문제다. 구도가 괜찮다 싶으면 영락없이 나뭇가지가 앞을 막았다. 꺾어버릴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쟤네들도 생명인데, 사진 한 장 찍자고 분질러버릴 수는 없었다. 겨우 적당한 장소에서 몇 장 찍고 두루두루 구경했다.

이제 올라가야지. 그런데 올라가는 게 장난이 아니다. 내려올 때는 몰랐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서 위험했다. 손까지 땅을 짚고 올라도 미끄러지기만 했다. 시원치 않은 발목도 문제였다. 힘겹게나마 무사히 올라온 것은 나무들을 잡고 그에 의지한 덕분이었다. 조금 전, 짜증 내며 꺾어버리려고 했던 바로 그 나무들이었다. , 나무에게 부끄러움을 느껴보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