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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고려궁지 은행나무

 

당신 찾아 나섰다가

엇갈릴까봐

꼼짝 말고 있으라던 말씀 생각나

한 발짝 움직임 없이 이 자리에 700년

당신 보려 늘어난 목 지탱하려고

땅 밑으로 발가락만 키웠습니다

당신 몸 흙 속에서 느껴볼 수 있을까

속절없이 발가락만 늘렸습니다.

멀리서도 잘 보이게 초록 옷 입고

까치발로 동서남북 바라보다가

하늘 눈물 주룩주룩 흘러내릴 때

나도 함께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초록보다 잘 보일 게 무슨 색일까

노란색 옷 갈아입고 기다립니다

잉태 한번 못해 본 몸 정이 그리워

날개 젖은 까치 아이 품어줬더니

어깨 위에 집 짓고 가족을 이뤄

이제는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당신 계실 그 곳 알 수 있다면

까치 전령 당장 보내 맞아 오련만

오실 당신 계신 데 알 수가 없어

애가 탑니다

700년 풍상을 한 자리에서

그리움 하나로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자꾸만 조급한 것은

내가 많이 늙었다는 뜻이겠지요.

 

《사학연금》20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