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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스크랩] 말글살이 - ‘촉’과 ‘감’

 

촉이 좋다라고도 하고 감이 좋다라고도 한다. 배냇저고리를 만지며 감촉이 좋다라고도, ‘촉감이 좋다라고도 하니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합쳐 오감이라 하니, ‘의 한 갈래인 셈이다. 촉이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고, 감은 느낌과 생각을 통칭하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은 물줄기이고 은 저수지다.

 

은 한자로 ’(닿을 촉)이라 쓴다. 곤충이 더듬이(촉각)로 주변을 파악하는 원초적 감각이다. 어둠 속이나 낯선 상황에서 길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생존 본능이다. ‘촉수 엄금이면 손대지 마시오!’. 그래서 촉은 뾰족하되 역동적이고 가끔은 신경질적이다.

 

은 밑에 ’(마음 심)이 받치고 있는 ’(느낄 감)이다. 감을 익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몸에 쌓여 만들어진 굳은살이랄까. 어떤 일에 감 잡았어!”라고 외치려면 반복과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촉이 밖을 향해 뻗는 안테나라면, 감은 안으로 스며든 울림이다. 촉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감은 길러진다. 감을 익히면 촉도 덩달아 좋아진다.

 

우리는 촉의 시대를 산다. 스마트폰 화면을 수없이 터치’()하며 세상과 접촉하지만, 정작 그 안의 사람과 교감’()하지는 못한다. 한발짝 앞서가려면 늘 안테나를 높이 세워야 한다. 넘치도록 접촉하지만 온기는 식어 버렸다.

 

인생은 눈치()로 요리조리 피하는 게 아니라, 맷집()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닿아야 아는 것보다, 스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글도 수십번 쓰고 고치고 버려야 조금씩 이 잡힌다. 하지만 이 고약한 인생은 얼추 다 살아왔는데도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한겨레신문, 2026-01-30,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