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쯤.
별안간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라도 가볼까? 동막으로 가자.
분오리돈대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를 챙겼다.
이런, 들어갈 수 없었다.
사고 예방한다고 돈대 입구를 막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해변으로 내려갔다. 바다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갯벌을 주로 봐왔는데
오늘은 물이 밀어 진짜 바다 같았다.
왜 이리 사람들이 많지?
아, 일몰을 보려고 모인 이들이다. 그렇구나, 시간이.
오늘은 2025년 1월 1일. 일출 봐야 그럴듯한 날에
나도 사람들 속에서 일몰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답답함 씻어내고 돌아오는 길
정수사 입구에 있는 칼국숫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가끔 봐서 이름이 익은 곳이다.
‘배터지는 집’
맛있다기보다는 양이 많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름이다.
나는 먹는 양이 적어 이런 상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왕돈까스, 세수대야 냉면, 무한리필, 역시 별로다.
그래도 유명한 집이니 온 김에 한번 가보자!
동막해변에서 해 떨어지는 거 보던 사람들이 다 여기로 왔나 싶게
자리가 꽉 찼다.
산낙지 들어가는 일인당 22,000원짜리 ‘용왕해물칼국수’가 궁금했으나
9,900원짜리 내 좋아하는 바지락칼국수를 주문했다.
보리밥 반 공기 정도와 우렁이 들어간 된장이 먼저 나왔다.
비벼서 먹어보니 맛있다.
칼국수가 나왔다. 끓는 동안 바지락부터 건져 먹었다.
와우, 싱싱하다. 바지락 양도 적은 편은 아니다.
국물, 이게 중요한데.
죽인다!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맛이 괜찮다.
면발도 좋다.
‘배터지는 집’에 또 갈 생각, 정말 있다. 조만간 또 갈 거다.
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겉절이와 무채무침이 맛나다.
특히 무채무침이 죽인다. 물론 내 입맛 기준으로.
한 접시 다 먹고 더 갖다 먹었다.
식당이 넓고 손님이 많다 보니, 써빙하는 분들도 많은데
하나같이 밝고 상냥하고 친절하다.
어떤 분에게 바지락칼국수, 해물칼국수, 용왕해물칼국수 육수가
같으냐, 다르냐 물었더니, 기본 육수는 같다고 했다.
미안하게도 무릎 낮춰 쪼그리고 앉아서 자상하게 설명해줬다.
강화에 상냥 친절한 식당, 많지 않다.
‘배터지는 집’ 손님 많은 게 당연한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깜깜한 밤.
어디 멀리 여행 갔다 온 기분이 슬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