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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어제 만난 나의 선배님

어제 아침 강의가 있어 서둘러 나가다가 선배 한 분을 만났다.

선배는 막 오토바이를 세우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 집으로 들어가는 참이었다.

그의 손엔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가 타고 온 오토바이에 도시락 가방이 가득했다.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하시는 거다.

 

예전에도 그런 모습을 몇 번 봤다.

그때는 그냥, 좋은 일 하시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는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였다.

선배의 얼굴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얼굴뿐이랴, 온몸이 얼었을 것이다.

아, 저 나이에….

누군가가 나에게 두둑한 일당 챙겨주며 이 일을 해달라고 해도

나는 못할 것이다.

 

대략 10년? 아니 훨씬 더 오래전부터 선배는 도시락 봉사를 하는 것 같다.

한두 해 하다가 끝낸 게 아니다.

어디 도시락 배달뿐이겠는가.

선배의 인생 자체가 헌신과 봉사의 삶일 것이다.

 

반영(왕인모, ‘하늘 머슴살이’ )

 

1980년대에 한동안 강화고등학교 동문회 일을 했다.

그때 선배를 알게 됐다. 그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순수할 수가 있나.’

선배는 때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보기 드물게 순박한 성품이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른 지금도 선배는 여전히 맑고 순수한 것 같다.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 향기를 지녔다.

 

오래도록 격조했기에, 나는 선배의 근황을 알지 못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가 은퇴 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걸 알았다.

‘하늘 머슴살이’라는 블로그도 운영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왕인모. 내가 존경하는 이름 석 자다.

 

선배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오래도록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