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하점면 봉천식당
주인장 명함에는 ‘봉천가정식백반’이라고 식당 이름을 적었다.
안주인이 요리하고, 바깥양반이 음식을 나른다.
안팎이 허름한 시골 식당, 그래도 여기가 강화의 숨어 있는 맛집이다.
내 사는 읍내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왠지 먼 느낌에 자주 가지는 않는다.
가끔 가면 백반을 먹는다. 눈익은, 익숙한 반찬들, 하나하나 맛이 다 괜찮다.
그런데, 이 집 음식의 백미는 역시 갈치다. 그것도 싱싱한 제주 은갈치!
여러 해 전, 결혼식 참석차 친구들과 제주에 갔었다.
“제주도까지 왔는데, 갈치조림 정도는 먹고 가야지?”
“그럼 그럼, 그래야지.”
‘갈치조림’이라고 크게 써 붙인 바닷가 식당에 들어가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오마이가아아앗!
북어 씹는 느낌이었다. 냄새도 났다.
생갈치라더니 웬걸, 냉동고에 오래 보관하던 갈치였다.
웬만해선 안 그러는데, 주인을 불렀다.
“이게 생갈칩니까?”
그랬더니, 주인이 즉각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아이고, 미안하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먹고, 나왔다. 돈 다 내고.
뜨내기손님이라서?
식당 한 곳에서 경험한 일이지만, 제주도에 대한 좋은 인상이 확 흐려졌다.
제주에서 500㎞ 떨어진 강화도 봉천식당.
여기 갈치는 진짜 싱싱한 제주산 갈치다.
주인장이 직접 가서 잡아 온다. 잡아 온 날에는 갈치회도 판다.
취미(낚시)가 생업이 됐다고, 주인장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늘 신세 지고 의지하고 사는, 귀한 분 내외가 있다.
오늘 점심에 그분들 모시고 봉천식당에 갔다.
평소에 주문하기 부담스러운 갈치정식을 시켰다.
일인분 3만원. 만만한 금액이 아니나, 돈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맛깔나는 반찬 여럿에 갈치조림 그리고 아주 큰 통갈치구이가 나왔다.
갈치조림은 말할 것도 없고, 통으로 구운 갈치 살이 장난 아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거구나.’
서비스로 나온 갈치회무침도 아주 별미였다.
‘아, 갈치회 식감이 이렇구나.’
모신 두 분도 엄청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었다. 흐뭇하였다.
새삼
강화 땅에서, 냉동하지 않은 제주 생갈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