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常

흑백요리사, 말의 품격, 에드워드 리

땡기지 않았다. 볼 맘이 별로 없었다.

OTT로 보는 게 주로 드라마나 영화다. 예능 프로그램은 본 적이 없다.

요리와 음식에 별다른 관심도 없다.

‘계급 전쟁’이라는 타이틀도 왠지 거북했다.

 

여기저기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말하고 썼다.

그걸 듣고 읽으며, 조금 궁금해졌다.

1편만 볼까? 이렇게 시작했다가 12회까지 다 보고 말았다.

요리는 예술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심사위원이 두 명? 의외로,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백종원과 안성재? 색깔 다른 두 사람이 잘 어우러졌다.

그들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화했다. 서로 다른 두 의견을 슬기롭게 모아갔다.

 

음식 만드는 거 보는 거 지루하지 않나?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흥미로웠다. 때로 아름다웠다. 

마지막 회, 우승자가 누군지 이미 알고 보는데도 쫄깃했다.

신선한 포맷과 웅장한 스케일이 돋보였다. 짜임새도 좋았다.

 

적잖이 나오는 비속어와 욕설. 나는 이게 좀 거시기했다.

격을  깎아먹었다고 생각한다.

생동감? 긴장감? 경쟁심? 글쎄, 이런 걸 살리려고 한 걸까?

 

그래서 인상 깊었던 이가 에드워드 리.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우리 말이 서툴다.

하지만, 나는 그가 가장 말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눌한 말에서 연한 향기가 났다. 그의 음식에도 그 향이 스몄을 것 같다.

유려한 말솜씨를 갖췄다고 말 잘하는 게 아니다. 마음을 건들려야 진정 말을 잘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리(Edward Lee)
1972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15세 때 처음으로 맨해튼 트럼프 타워의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뉴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현재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정통 남부 요리를 선보이는 ‘610 매그놀리아’,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나미 모던 코리안 스테이크 하우스’, 워싱턴 DC와 메릴랜드에서 남부·한식 퓨전 요리를 내는 ‘수코태시’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訪美) 당시 백악관 만찬의 게스트 셰프를 맡았다. 요리를 통한 사회 운동에도 관심이 많아 2017년 ‘더 리 이니셔티브(The LEE Initiative)’를 설립해 여성·흑인 요리사,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농부 등을 지원해왔다. 요식업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버번 랜드’ 등 책을 세 권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2024. 10. 16. 워싱턴/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