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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귀신 소리’ 고통 언제까지…대북방송부터 멈춥시다

 

강화 양사면 철산리 도로에서 바라본 북한 .

 

인천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강화 에듀투어’라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의 교장·교감 선생님이 참여한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북한 땅 훤히 보이는 월곶돈대와 연미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분들에게 휴대전화에 저장해 간 음향을 1분 정도 들려드렸다. 북한의 대남방송 소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아?’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분도 있었다.

 

내 어릴 때 듣던 북한 대남방송은 그냥 뭐라고 떠드는 말소리였다. 음악도 자주 틀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음이다. 귀신영화에 딱 어울릴, 심하게 거슬리는 잡음이다. 이를테면 쓰던 백묵이 부러지며 손톱이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기분 나쁘게 소름 돋는 잡음이다. 거기에 음산함이 더해졌다.

 

이 소리를 강화도 북쪽 마을, 송해면과 양사면 주민들이 몇 개월째, 낮이나 밤이나 들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북한과 강화도 사이는 뻥 뚫린 바다다. 산이라도 막혔다면 덜 하련만, 허허벌판 같은 바다이다 보니, 너무 잘 들린다. 어디 주민뿐이랴, 최전선에서 고스란히 그 소음을 듣고 있을 국군장병의 괴로움은 더 크다. 주민들은 언론매체에 괴로움을 호소라도 하지만, 군인들은 그러지도 못한다.

 

고통도 이런 고통이 없다.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만약에 서울시민들이 이런 대남방송을 듣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정부는 모르는 척 무심할까? 강화군과 인천시가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으나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대북방송부터 과감하게 중단했으면 좋겠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거기 북한 주민이 대북방송을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게 주목적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그치면 그들도 그칠 것이다.

 

강화도 주민과 장병의 평안을 위해서만 말하는 게 아니다. 대북방송 중단은 남과 북의 긴장을 해소하는 중요한 한걸음이 될 수 있다.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체면 문제도 아니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도 평화를 위한 전략이다.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본 북한 산야 .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탈북민단체가 북한으로 보내는 전단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대북 전단에 반발해서 쓰레기 풍선을 날린다. 남한은 쓰레기 풍선에 반발해서 대북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대북방송에 반발해서 대남방송을 개시했다. 서로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고 있다. 남과 북의 수준이 함께 저급하다.

 

대북 전단 보내는 걸 금지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다시 요청한다. 그러면 쓰레기 풍선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우리의 선제적 결단, 통 큰 양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쓰레기를 계속 보내거나 대남방송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강력하게’ 대처해도 늦지 않다. 일단 시도부터 해봤으면 좋겠다.

 

탈북단체는 북한 주민을 위해서 전단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전단 때문에 강화도에 인접한 북한 주민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게 뻔하다. 쩡쩡 울리는 귀신 소리에, 그 대남방송 소리에 미칠 듯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멈추어주기를 부탁드린다.

 

〈한겨레신문〉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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