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극장 가서 영화 두 편씩 보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멀어졌다. 그나마 코로나로 발길을 끊었다. 여러 해 지나서, 이번에 극장을 찾았다. 강화작은영화관. 리모델링해서 깔끔하고 영화비도 여전히 착하다. 애들 어릴 때는 의무감에서도 서울이나 일산 큰 영화관에 데려가곤 했지만, 이제 나에게 동네 작은영화관이면 충분하다.
밀수, 밀수를 봤다.
뭐, 엄청 좋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당히 좋았다. 재밌었다. 전개 경쾌하고 음악도 친근하고 영화 속 섬 풍경도 이뻤다. 난 너무 치밀한 영화, 머리싸움 해야 하는 영화, 지나치게 음습한 분위기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TV드라마로 치면, ‘갯마을 차차차’ 같은 걸 선호한다. 밀수는 취향에 맞았다.
여자가 남자보다 ‘의리’가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의리’라는 단어가 남자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세상이지만, 여자가 남자보다 ‘의리’가 강하다는 말이 진실일 수 있다. 남자의 ‘의리’는 말로 이루어지고 여자의 ‘의리’는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같다. 영화 밀수에도 여자의 ‘의리’ 향내가 물씬 뱄다.
엊그제 영화를 봤는데, 오늘 신문에 영화평(손희정, 한겨레신문, 2023.08.05.)이 실렸기에 관심 있게 읽어봤다. 영화평론가는 나와 생각이 아주 달랐다.
“... 그나마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했던 ‘밀수’에서는 김혜수·염정아 캐스팅과 고민시의 캐릭터가 그랬다. 순 제작비 180억원이 들어가는 영화에서 해녀가 주인공이라니. 그건 제작자로서는 이미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다른 남성 영화가 송강호·황정민·이병헌 등에 기대듯 김혜수·염정아에게 기댔다. 그러다 보니 한국 영화의 얼굴은 20년째 고만고만하고, 여자고 남자고 40~50대 배우들이 여전히 모든 스펙트럼의 인간군상을 커버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새로운 얼굴인 고민시에게는 한국 영화가 수천번은 우려먹은 마담 캐릭터를 입혀버렸다.
한국 상업영화의 전반적인 고전이 제작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역시 낡은 영화를 원하는 낡은 관객이니까. 이렇게 낡아버린 한국 상업영화에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