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고, 미안하고, 반성하고 등등 미치겠다. - 책 읽고 나서”
절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나는 오늘도 선생이다』를 읽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한 선생님은 “가끔씩 심장에 약한 경련도 일어. 나이 오십 넘어야 쓸 수 있는 글이네. 좋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네요.
이왕 칭찬할 거면 인터넷 같은데 올려서 책 홍보 좀 해주지, 늙수그레 나이 먹고 보니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게 어색했던 모양입니다.
스무 살 때 좋은 선생이 되고 싶어 사범대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했고, 교단에 처음 섰던 가슴 벅찬 날들이 있었습니다. 세월이란 이런 건가요. 어느새 교직 경력 삼십 년이 다 되어 갑니다. 시나브로 바람 빠진 풍선 꼴이 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교사, 아비, 남편, 자식. 제 인생 계급장의 무게가 만만찮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삽니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돌아보며, 뭔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벌거벗은 심정으로 지난날을 되돌아봤습니다. 이렇게 글이 한 편씩 완성되면서 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 이름도 ‘벌거벗은 선생님’으로 할까 생각했어요. ‘벌거벗은 임금님’이 떠올라서 포기하긴 했지만요.
이 책은 세 가지 이야기로 나눠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교사가 교사에게’는 교사라는 직장인으로서 겪고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교사의 행복과 보람, 좌절과 아픔 그리고 저의 잘못된 생각과 언행에 대한 반성을 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 선생님들이 힘을 내고, 성찰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는 평소 학부모에게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담았습니다. 저 역시 학부모입니다. 때로는 교사의 눈으로, 때로는 학부모의 눈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교사라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사는지,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학교라는 조직과 교사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당신의 아들과 딸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면 자녀교육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가족’은 말 그대로 부모님, 아내,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회한에 잠길 수밖에 없는 아들의 처지, 아버지 묘소 앞에서 어머니만큼은 잘 모시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음에도 여전히 못된 아들에 불과한 현실, 학생들은 열심히 가르치려 애쓰면서 막상 내 자식 교육엔 소홀했던 아비의 뒤늦은 후회,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은 가족 이야기입니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우리 가장들의 공통된 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울러 저는 이 책에서 공교육의 희망을 말했습니다. 사교육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공교육이 건재함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현장의 좋은 모습만 골라내서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두운 건 어두운 대로,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했습니다. 그 속에서 지금도 학생들을 위해 땀 흘리고 있을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믿음의 박수를 보내 주십사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교사만 교사가 아니죠. 학부모 역시 자녀의 또 다른 선생님입니다. 또한 교사도 학부모이거나 학부모가 될 것입니다. 편의상 책을 세 가지 내용으로 구분했지만 결국은 하나인 셈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성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독서신문〉, 201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