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 달력을 건다. 그래도 왠지 새해 맛이 안 난다.
설
음력 1월 1일. 이제 새해 맞은 기분이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다고 인정한다.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3월 2일
개학일. 그래 이게 진짜 새해다. 선생이라는 직업을 이십 년 넘게 갖고 있다 보니 3월이 열려야 비로소 새해다운 설렘과 긴장감이 몸으로 흐른다.
모처럼 3학년 담임으로 새해 3월을 맞았다. 사실 3학년 담임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맡은 세계사가 선택과목이라서 우리 반 아이들 가운데 일부만 내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내 교실에서 내 반 아이들만 데리고 수업하는 시간이 전혀 없는데, 어찌 담임을…. 그런데 담임이 됐다.
원하지 않았어도, 예상하지 못했어도 현실은 고3 담임이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정신없이 하루가 가고 또 가고,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젊은 선생님들이 이것저것 살갑게 챙겨줘서 무사하게 3월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 역시 담임을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한 녀석 한 녀석 모두 고맙다.
4월의 첫 주말을 맞았다. 이제 좀 마음의 여유를 찾고,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덜 힘들고 덜 아프도록 그리고 덜 외롭도록 옆에서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