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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敎

딸에게 무릎을 꿇고

AI(Copilot)

 

세월이 가도 기억하는 학부모가 있습니다. 딱 한 번 만났기에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이의 말과 행동이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한 아이가 도시에서 전학 왔습니다. 눈빛이 맑은 여자아이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둘이 살게 되면서 학교를 옮겨야 했습니다.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습니다. 심성이 고와 학급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전학 오고 두 달쯤 지났을 때, 학생과에서 처벌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흡연입니다. 그때는 교내 흡연을 아주 엄하게 처벌하던 시기입니다.

아이 엄마는 학교에 다녀가야 했습니다. 큰 죄인인 양, 몸을 잔뜩 옹송그리고,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가셨습니다.

엄마한테 많이 혼났니?”

아이를 불러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마자 아이가 눈물을 주르륵 흘립니다. 엄청나게 혼났나보다 짐작했습니다. 저라면, 아이를 닦달했을 겁니다.

가뜩이나 속상해 죽겠는데, 너까지 속을 썩이냐, 아비 얼굴에 아주 똥칠을 해라, 똥칠을 해, 아휴, 저걸 새끼라고, 도대체 언제 철이 들 거야?”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이에게 휴지를 건네주고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코까지 풀고 나서 아이가 말합니다.

혼나지 않았어요, 근데 혼난 것보다 더 슬프고 엄마한테 미안했어요.”

지난밤, 아이는 일 마치고 들어온 엄마에게 잘못을 고하고 학생과에 가셔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딸을 부둥켜안고 미안하다며, 엄마가 잘못했다며, 울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등교 준비하는 딸아이에게 엄마는 무릎 꿇고 앉아 양말을 신겨주면서 다시 굵은 눈물을 뿌렸답니다. 다 큰 딸아이에게 양말 신겨주는 엄마의 모습, 그것도 무릎을 꿇고!

아이는 엄마 아빠의 심각한 부부갈등 그리고 이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고 겪다가 담배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짧은 시간 부부싸움보다 긴 시간 부부 냉전이 아이는 더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게 엄마는 내내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