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도에 나갔다가 낯선 건물을 보았다.
규모가 꽤 큰데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보였다.
기웃해보니 ‘수도권 문화유산 연구센터’를 짓고 있는 거였다.
아, 여기였구나. 여기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올 거였구나.
계획대로, 예정대로 됐으면 좋았을 것을.
섭섭한 마음이 다시 일었다.
문화재청 소속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22년에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4년, ‘문화재’라는 호칭을 ‘국가유산’(문화유산)으로 고치면서 관련 기관 명칭이
모두 변경됐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이 되었고,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되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지방연구소가 일곱 개 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경남 창원)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충북 충주),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물론,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등등의 예전 이름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등이다.
이 가운데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원래 강화에 있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였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강화군이 2007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를 강화에도 설치해달라고
여러 차례 정부(문화재청)에 요청했다고 한다. 예산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실현되지 않다가 드디어, 2017년에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문을 열게 된다.
이로써 강화역사문화의 품격이 업그레이드됐다.
연구소가 들어선 곳은 고려궁지 옆, 옛 강화도서관 건물이었다. 강화군 소유 건물을 대여해
준 것이다. 황산도에 짓는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완공되면 그쪽으로 이전할 거였다.
황산도 건설 공사가 지연되면서 연구소는 강화군에 대여 기간 연장을 거듭 요청했다.
강화군은 CCTV 관제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며,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다.
2022년에 결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강화를 떠나 서울로 갔다.
이름도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로 변경했다. 이렇게 ‘강화’가 사라졌다.
강화는 소중한 무형 자산을 잃었다.
떠나기까지 강화군청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감정을 서로 다치고 다치게 하는 일도 있었을 것 같다.
서로 잘잘못을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서울로 간 것은 강화군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유치한 연구소였다. 뭔가 모를 불편함이 있었다고 해도 강화군이 양보하고
배려해서 연구소가 강화에 계속 있도록 해야 했다.
중단된 황산도 ‘수도권 문화유산 연구센터’ 공사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주소를 찾아보니, 서울 고궁박물관 별관으로 나온다. 정착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강화 황산도 ‘수도권 문화유산 연구센터’가 완공되면, 다시 올 수 있지 않을까?
왔으면 좋겠다. 하여, ‘국립강화문화유산연구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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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떠나간 예전 강화도서관 건물은 지금도 비어있다.
출입문 굳게 잠겼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현판 떼어낸 흔적 뚜렷하고 그 안에 가렸다가 다시 드러난
‘강화도서관’ 다섯 글자,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