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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8월의 크리스마스, 한석규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몇 살 때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어릴 때였어요.

고려궁지 이방청 마당에서 사극 촬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경 갔습니다.

TV에서만 보던 배우들, 더구나 전투 장면, 아니 갈 수가 없지요.

신기해하며 재밌게 몇 시간을 보았습니다.

찍은 장면을 다시 찍고, 또 찍고 그랬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밤이 너무 늦어서 촬영 끝내는 것까지는 보지 못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며칠 뒤 방송 시간

내가 본 장면이 TV에 어떻게 나올까, 집중해서 봤습니다.

와! 나온다.

그런데 1분?  몇 시간 촬영한 건데 1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가 있지요.

거기 주인공 한석규가 발톱 깎는 장면이 잠깐, 아주 잠깐 나옵니다.

그냥 무심히 보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한석규 인터뷰 기사(경향신문, 2013.03.07. 박은경 기자)에 이런 내용이 나온 걸 읽게 됐습니다.

“고 유영길 촬영감독(1998년 작고)은 마루에서 발톱 깎는 신을 찍을 때 언제 광선이 제일 좋은지 며칠 동안 관찰했다. 오후 3시 20분이 제일 좋다고 해서 그때 촬영했다.”

 

보이는 짧은 순간에 스민,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의 정성과 땀방울을, 그 의미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