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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노모에게 평생 처음 들은 말

“엄마, 얼른 말해봐.”

“아이, 얘가 왜 이래.”

 

진심으로 고맙다. 요양원 복지사 선생님이 내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어르신’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닌 엄마! 어머니는 복지사를 ‘얘’라고 칭했다. 마음 열고 정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지도 어느덧 2년이다. 아니다. 어머니를 요양원에서 사시게 한지도 어느덧 2년이다. 차마 모셨다는 말을 못 하겠다.

보행기에 의존해서 집안에서만 몇 걸음 겨우 걷던 어머니가 어느 날 낙상하였고, 어렵게 이뤄진 수술의 보람도 없이,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나를 합리화하며 어머니 거처를 요양원으로 옮겼다.

 

아들 편하게 해주려는 어머니는, 죽음보다 더 싫다 하시던 요양원으로 가셨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아들의 몸은 좀 편해졌다. 하지만 가슴 한 귀퉁이에선 여전히 비가 내린다.

 

잘 드시던 붕어빵을 사서 요양원에 갔다. 휠체어도 타기 힘겨워하는 어머니는 면회실로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어머니 방 통유리창으로 얼굴 들여다보며 통화하는 게 면회의 전부다.

복지사가 어머니 귀에 전화기를 대주며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나에게도 들렸다. 뭘 얼른 말하라고 하는 걸까. 어머니는 왜, “얘가 왜 이래” 하면서 머뭇거리시는 걸까. 복지사가 장난하듯 한 번 더 다그쳤다. “해보라니까.”

드디어 어머니가 입을 여셨다.

 

“우리 아들, 사랑헌다.”

 

순간, 나는 멍해졌다. 황급하게 과거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평생 삶 자체가 자식 사랑이었으나 그걸 말로 하신 적은 없었다. 그랬는데 내 나이 육십 넘어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리창 속 어머니는 쑥스러운 듯 웃으셨다.

 

내 정신을 깨운 것은 복지사의 씩씩한 목소리였다. “뭐 하세요, 선생님도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하셔야죠.” 예, 대답은 했는데, 입이 쉬이 떼어지지 않았다. 음, 음. “응, 나도 엄마, 사랑해요.” 평생 처음 어머니에게 사랑한다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