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 교수님의 정년 퇴임을 맞아
이런 글을 언젠가 쓰게 되리라,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이리 빨리 그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피는 꽃을 어찌 막으며 지는 잎새를 어찌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김형우 교수님의 퇴임 소식에 깊은 아쉬움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이 강화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은 1999년. 그때 강화역사문화연구소를 설립하면서부터입니다. 전국 어디에서도 강화만큼 다양한 역사 자산이 가득한 땅을 찾기 어렵습니다. 김형우 교수님은 누구보다 먼저 강화의 가치를 알아본 선각자였습니다. 연구소를 둥지 삼아 강화의 역사를 밝히고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20년입니다.
그동안 연구소 자체적으로 수많은 자료집을 발간했고 강화군청·강화문화원 등과 손잡고 수준 높은 연구서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중에서 《신편 강화사(상·중·하)》(2003)는 전문학자 약 90명이 집필위원으로 참여한 대작입니다. 교수님의 폭넓은 학계 인맥이 힘을 발휘한 사업이었습니다.
대학기관 규모에서나 가능할 법한 대규모 학술회의도 여러 번 개최했습니다. 2011년에 강화역사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진행한 ‘고려대장경과 강화도’ 학술회의에는 전국에서 관련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강화와 고려대장경의 가치와 의미를 궁구했습니다.
김형우 교수님이 강화에서 이루어낸 성과 중에 제일은 역사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점입니다. 한 달에 두 번 강화역사문화연구소 강독회를 열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멈춤이 없었습니다. 시나브로 강독회 회원들의 역사 이해와 안목 그리고 우리 강화에 대한 자부심이 깊어졌습니다.
아울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역사 교실을 운영했고 외부 학자들을 줄곧 초청하여 다양한 주제로 강연회도 열어왔습니다. 최근에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인터넷 강좌 K-MOOC 사업에 선정되어 전국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화도, 우리 역사를 말하다”라는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제주 올레길만큼이나 강화 나들길이 유명해졌습니다. 나들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강화군청과 해당 단체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런데 나들길이 열리게 된 계기를 마련한 이가 바로 김형우 교수님입니다. 고재형 선생의 《심도기행》을 발굴하여 번역·출간하고 1906년 그때 고재형 선생이 걷던 그 길을 다시 걸으며 복원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면서 뜻있는 분들의 노력이 더해져서 오늘날 나들길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전공은 한국사, 그중에서도 고려시대사입니다. 그러나 고려사 연구에 머물지 않고 강화와 관련된 모든 시대사를 섭렵했습니다. 강화에서 태어나 평생을 강화에서 산 사람보다 더 강화 구석구석의 지명까지 밝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김형우 교수님의 강화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치밀한지, 강화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거의 20년, 교수님 가까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끄는, 지남철 같은 매력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학문 능력 때문만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에 있다고 여깁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언제나 포용하는 넉넉함이 있기에 우리는 김형우 교수님을 존경합니다.
이제 아쉬운 마음을 접으려고 합니다. 정년퇴직으로 자유로운 신분이 된 김형우 교수님의 새로운 도전에 성원의 박수를 보내드리렵니다.
-김형우 교수 정년퇴임 기념문집, 《江華島에서 우리 歷史를 말하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