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찾은 인천 강화군 민머루 해변. 여름을 맞아 이달부터 해수욕장이 개장됐지만 이날 해변을 거닐던 사람은 10명도 안 됐다. 차량 160대가 들어설 수 있는 주차장에는 8대밖에 없었고, 휴가철이면 평일에도 20개 넘게 깔린다던 텐트도 5개였다. 인근에서 횟집과 민박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얼마 전부터 해변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평년 대비 예약이 40% 줄었다”며 “올해 장사는 공친 셈”이라고 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은 강화도가 ‘북한 핵 폐수 방류 의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대북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공장 부근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폐수가 방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북한과 인접한 강화도가 북한에서 흘러온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강화도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다. 강화군에도 최근까지 관련 대책 등을 묻는 민원 30여 건이 접수됐다.
지역 주민들은 “유튜버들이 몰려와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한 유튜버는 민머루 해변을 찾아 휴대용 측정기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뒤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약 8배인 0.87μ㏜(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다른 유튜버들도 “여기서 1년 동안 방사능에 노출된 수산물을 먹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거나 “자연환경으로 보기 어려운 위험 수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거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방사능 수치는 지면에서 1m 높이에서 측정해야 하고, 여러 번 반복 측정해 평균치를 따져야 한다”며 “바위나 모래 등에 측정기를 바짝 가져다 댄 후 순간적으로 높게 찍힌 수치를 강조하는 유튜버들의 측정 방식은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2019년에도 평산 우라늄 공장의 핵 폐수 방류 우려가 제기돼, 정부가 한강과 서해의 우라늄 오염 여부를 조사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4일부터 2주간 강화도와 한강 하구 등 10개 지점에서 원안위·해양수산부·환경부 등 세 부처 합동 실태 조사에 나섰다. 앞서 원안위는 “민머루 해변의 방사능 수치를 직접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인 시간당 0.2μ㏜ 이내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의혹이 불어나고 있어, 정부 조치가 뒤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화도 장곳항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유모(55)씨는 “손님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렇게 손님 없는 성수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민머루 해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63)씨는 “2년 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더니, 북한발 폐수 의혹에 대해선 한 달이 지나서야 조치에 나서느냐”고 했다.
〈조선일보〉 2025.07.10. 김병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