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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常

술 한잔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어제, 복지관 강의를 이 시로 열었다.

역사 강의에 시라니.

뭐 어떠랴, 인생이 곧 역사이거늘.

수강생 어른들 저마다 깊은 표정으로 ppt 화면을 응시했다.

인생은 나에게 술을 사주었나?

……

가수 안치환이 이 시를 노래했다. 함께 들었다.

 

언젠가 정호승 시인께서

이 시 쓴 것을 후회하는 듯한 말씀은 하신 적이 있다.

후회하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