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름 설명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
실록에 적힌 원문은 “오군, 오군, 사아이거호(吾君, 吾君, 捨我而去乎)”
때는 1637년(인조 15) 1월 30일, 남한산성을 나선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었다. 잔뜩 옹송그린 자세로 “천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였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도 올렸다. ‘삼배구고두례’라는 것이다.
청 태종에게 궁궐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겨우 받고 인조는 창경궁으로 향했다. 청나라로 끌려가던 수많은 백성이 임금을 보고 울부짖으며 외쳤다.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 그냥 임금님이라 하지 않고 우리 임금님이라고 했다.
우리 임금님은, 그냥, 갔다. 버림받은 백성들은 그렇게 청나라로 끌려갔다.
■ 들어가는 글
이 책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역사를 다룹니다. 전투 자체보다 호란이라는 사건과 그 사건을 겪어내던 이들의 삶과 죽음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덩어리 큰 담론보다 소소한 대화를 꿈꿉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도 생각해봅니다.
이야기를 풀어갈 주요 무대는 강화도입니다. 정묘호란 때 강화도에 인조와 조정이 피란 와 있었습니다. 병자호란 때는 세자빈, 원손, 봉림대군 등이 왔습니다. 인조는 부득불 남한산성에 들어야 했고요. 강화도가 청군에게 함락되면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게 됩니다.
이제 그 혼란의 시대, 호란의 시대로 들어가 궁금한 것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새로운 궁금함을 만들어 가며, 아문 듯 아물지 않은 상처에 확! 소금도 뿌리고, 호오~, 위로의 입김도 불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 본문 시작
야윈 낙엽 구르는 소리, 덩달아 바람 소리. 소리마저 그림이 된다. 임진강과 하나 된 한강이 마침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다. 해병 초소, 철책선, 물 건너 펼쳐지는 북녘의 산야. 새와 물고기만 자유롭게 남과 북 오가는 경계. 거기 연미정이 있다.
연미정에 오른 인조(1595~1649, 재위:1623~1649)가 바다를 내려다본다. 빼어난 풍광을 즐기러 온 게 아니다. 수군을 사열하는 중이다. 혹독한 추위는 갔으나 아직도 한기 매서운 음력 2월, 인조는 왜 한양 궁궐이 아닌 강화도(江華島)에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