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敎 25

그해 봄, 어느 중년 교사의 자화상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아주 오래전에, 쓴 것이다. 〈행복한교육〉이라는 잡지에 실렸다. 그런데 그런 잡지에 글을 보낸 기억이 없다. 알고 보니, 이었는데, 그게 〈행복한교육〉으로 이름이 바뀐 거였다. 잡지에 실린 글의 제목은 "너 그렇게 살면 안 돼"였다. 아무튼, 다시 읽어보며 그때의 나를 떠올려봤다. 점심때 메일을 열었다. 꽤 많이 오긴 했는데, 한 통 빼고는 모두 스팸이다. 그 한 통은 김혜정이라는 여인이 보낸 ‘너 그렇게 살면 안되.’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김혜정? 김혜정?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제목은 또 뭔가. 맞춤법도 안 맞는, ‘너 그렇게 살면 안되.’라니. 일단 열어봤다. 허, 이런…. 돈 싸게 빌려준다는 스팸이다. 아, 혜정이 너마저도…. 그런데, 제..

❚ 敎 2024.04.20

‘학종’은 억울하다

‘학종’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크다. 내신 조작, 시험문제지 유출 등 부정행위가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인지라 당연히 나올 법한 주장이다. 학종을 비판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부자 부모를 둔 아이에게 유리하고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하는 입시제도가 바로 학종이라는 것이다. 학종을 ‘사교육종합전형’이라고 규정한 칼럼도 보인다. 그러니 수능 중심으로 대학에 가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가 지나치게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판단의 기준이 이른바 SKY 대학으로 한정된 느낌도 없지 않다. SKY 대학 몇 명 보냈는가를 가지고 명문고 운운하는 것은 문명의 탈을 쓴..

❚ 敎 2024.03.19

"교장 부검하자" 악성민원 학부모 단톡방 보도, 링크

아, 정말...... "교장 부검하자" 강남 A초 학부모 단톡방…결국 "폐쇄합니다" [스브스픽]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익명의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지속적인 갑질을 해온 사실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6일 '교육언론 창'은 서울 강남의 한 공립초등학교 v.daum.net '교육언론 창' “미친 여자”, “부검해야”...강남 A초 단톡방, ‘교원사냥’ 논란 “저는 이 A초 익명(단톡)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 많은 샘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요?”“이 단톡방 영원하 www.educhang.co.kr '옛날' 학교는 정말 딴세상이었다. 그때 학교 이야기 한 편. “떡 한 조각 더 가져와라” 좋은 사..

❚ 敎 2023.09.27

선생님! 9.4집회(‘공교육 멈춤의 날’)에 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9월 4일이 임박했습니다. 요즘 선생님들 마음이 몹시 불편할 것 같습니다. 저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여깁니다. 서이초 선생님께서 그렇게 가신 뒤 그 뜨거운 토요일마다 광장에 모여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게 해달라 절규하신 선생님들의 마음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번 일로 교육 현장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교사가 국민의 응원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선생들이 이렇게까지 힘든지 몰랐다”고 이구동성 말합니다. 그간, 적지 않은 일반인들이 교직을 좀 부정적 시각으로 보아왔습니다. 과거 학창시절의 기억에 따라, 애들 대충 가르치면서 여름방학 놀고, 겨울방학 놀고, 봉급까지 다 받으면서 거기다 퇴직하면 연금 받고, 얼마나 좋으냐 선생들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선생들이 얼마나 죽을 만큼 ..

❚ 敎 2023.08.31

교권 추락, 각자 자기 자리에서 성찰합시다

대한민국 교사의 처지가 어떠한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참혹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옛날에도 교사에게 행패 부리는 일부 학부모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학부모가 일부 있습니다. ‘일부’입니다만, 그게 위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한 명 학부모가 학급 30명 학생보다 더 교사를 힘겹게 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그 부정적 파급력이 확산한다는 점입니다. 주변이 깨끗하면 차마 꽁초를 버리지 못합니다. 지저분하면 거리낌 없이 버립니다. 사람 마음이 대개 그렇습니다. 너도나도 교권 무너진 교실로 거리낌 없이 돌 던지는 세태 속에서, 견디다 견디다 끝내 목숨 버린 교사들이 있습니다. 너무 아픈 현실입니다. 전국 수만 명 교사가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모여 호소합니다...

❚ 敎 2023.08.25

줄탁동시와 P선생

알 속의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알을 톡톡 쪼기 시작한다. 이 소리를 들은 어미닭은 밖에서 부리로 알을 쪼아 준다. 둘의 줄탁(啐啄)이 이어지며 병아리는 마침내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다. 중국 송나라 시대 불서(佛書)인 ‘벽암록’에 등장한 ‘줄탁동시’(啐啄同時)는 교육계에서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노력과 교사의 조력이 상호작용해 학생이 성장한다는 철학을 담은 성어로 자리잡았다.(서울신문, 2023.08.16., 김소라 기자) 신문은 읽다가 후배교사 P가 떠올랐습니다. 교사가 되고도 한참 동안 저는 ‘줄탁동시’라는 말을 몰랐습니다. 그랬는데 언젠가 한문교사인 P에게 ‘줄탁동시’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참 매력적인 표현이에요. 줄탁동시! 어느 해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수업 끝날 무렵, P선생이 자기 학급..

❚ 敎 2023.08.17

어느 교사의 죽음

서울 서이초등학교. 2023년 7월 18일. 이제 겨우 2년차 병아리 여교사가 목숨을 버렸다. 그것도 학교에서. 온갖 說이 흐른다만, 아무래도 너무 버거운 업무와 가혹한 학부모 민원이 겹쳐 이 어린 선생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 같다. 아침에 이 사건을 읽었는데, 늦은 밤 지금까지 나는,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 학교가 이렇게 됐을까. 갑질 학부모의 잘못이 크다. 못지않게 학교 측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서이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렵고 힘든 행정 업무, 어렵고 힘든 학년의 담임을 신규교사나 다른 학교에서 새로 오는 교사에게 떠넘기는 게 학교 사회에서 관례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다. 대개의 학교가 그런 것 같다. 그래, ‘기득권’은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게 적..

❚ 敎 2023.07.20

상식이 무너지는 교실

잘 가르쳤다. 소위 명문대 갔다. 판검사 하고, 교수 하더니 국회의원이 되었다. 장관이 되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초등학교는 나온 건가.’ 싶은 언행으로 국민을 맥빠지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인사들이 있다. 입으로는 맨날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외치지만, 사실은 지나치게 자기 이익만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不法도 正法인 그들의 탐욕보다도 그들의 뻔뻔함이 더 기막히다. 염치가 진짜 없다. "잘못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이걸 못한다. 안한다. 잘 가르친 것인가? 아니다. 잘못 가르친 것이다. 똑똑한 머리보다 따듯한 가슴을 키우는 교육이 진짜 교육이다. 성적이 중요하고 입시가 중요하다. 그래도 마음 교육을 포기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염치와 배려를 알게 하는 교육이 진짜 교육이다. 그게 마음 교..

❚ 敎 2023.07.12

“선생네 애들은 다 1등 하냐?”

파주에서 약국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 끝에, “너희 집 애들은 아프지 않겠다. 아빠가 좋은 약 챙겨 먹일 테니.” 제가 이렇게 말했죠. 그랬더니 약사 친구의 대답이 걸작이더군요. “선생네 애들은 다 1등 하냐?” 그 소리를 들으니 할 말이 없데요. 선생 자식들은 다 공부 잘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잘하는 애도 있고, 못하는 애도 많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이 ‘그래도 선생네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교사이니까, 집에서도 제 자식을 잘 가르칠 거라고 믿는 겁니다. 물론, 자식 사랑이 각별한 교사는 퇴근 후 아이를 앉혀놓고 공부 지도를 할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그렇게 하지 못해요. 교사가 말하는 직업 아닙니까. 온종일 학교에서 수업하고 일하고 ..

❚ 敎 2023.05.13